(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금융지주사의 배당정책이 크게 엇갈렸다.

올해 처음으로 3조 원대 순이익을 낸 KB금융지주는 넉넉한 배당으로 시장을 흐뭇하게 했지만, 신한금융지주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짠물 배당'을 실시했다.

첫 '2조 클럽'에 가입한 하나금융지주도 뜨뜻미지근한 배당을 하는 데 그쳤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보통주 한 주당 1천920원의 배당을 결의했다.

배당성향은 23.15%로 일 년 전(23.22%)과 비슷했다. 배당수익률은 3.02%를 기록,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3%대를 기록했다.

KB금융은 2013년 500원에 불과했던 배당을 780원(2014년), 980원(2015년)으로 점차 늘려오다 지난 2016년(1천250원) 처음으로 1천 원을 넘겼다.

2천 원에 육박하는 올해 배당을 고려하면 일 년 새 주당 배당금이 700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자사주 보유 규모가 커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체감배당성향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한 배당이라는 게 금융권 평가다.

당기순이익 '2조 클럽'에 입성한 하나금융의 지난해 보통주 한 주당 배당금은 1천250원. 앞선 중간배당과 합산하면 1천550원이다.

단순 지배지분 순이익 대비 총 배당금 기준 배당성향은 22.5%. 전년도에 기록한 23.4%보다 1% 가까이 낮아졌다. 배당수익률도 3.27%에서 3.07%로 하락했다.

2012년 이후 배당을 빠르게 늘려온 하나금융은 장기적으로 30%까지 배당성향을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이익에도 배당성향이 5년 만에 꺾인 데 대해 금융권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보수적인 배당으로 눈길을 끈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보통주 한 주당 1천450원의 배당을 확정했다. 당기순이익이 늘었음에도, 배당금은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 2013년 650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은 950원(2014년), 1천200원(2015년)으로 늘어난 이래 지난 2년간 25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우선주 한 주당 5천580원의 배당금이 지급됐던 것도 2016년부터는 없었다.

특히 배당성향은 2015년 26.65%를 기록한 이래 현재 23.56%까지 지속해서 하락했다.

일 년 전 3.12%를 기록했던 배당수익률도 지난해는 2.90%로 낮아졌다.

최소 25%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였던 배당성향이 현저히 낮아진 데다, 주당 배당금도 시장이 내다본 1천600~1천700원 수준에 한 참 미치지 못하자 금융권은 신한금융의 정책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증권사 금융업 연구원은 "직접적인 배당보단 자본이익을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 무게를 옮긴 셈"이라며 "내부적으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M&A)과 당국의 고배당 자제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당장 시장이 실망하더라도 중장기를 내다보겠다는 후퇴전략 같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국내외 자본규제를 앞두고 일정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곳간 채우기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재무담당 임원은 "2022년부터 시행될 바젤Ⅲ 개편안이나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자본규제를 고려하면 사전에 안정적인 보통주 자본비율 등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시기"라며 "국내 금융지주들도 배당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주주 친화정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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