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채용비리, 셀프 연임 논란 등으로 금융권 전체가 어수선한 가운데 무술년 설 명절은 맞은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들은 연휴 기간을 어떻게 보낼까.

대부분의 금융수장은 별다른 외부일정 없이 가족과 함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축제 분위기여야 하지만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이 채용비리로 검찰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서 설 연휴 기간에도 되도록 외부일정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가족들과 설 연휴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부터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KB·하나금융 수장들은 외부일정을 한 건도 잡지 않는 채 자택에 머물며 조용히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중은행들을 검사한 끝에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에서 채용비리 의심 사례들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지난주 이들 은행을 압수 수색을 하고 인사 관련 자료들을 확보, 채용비리 수사를 본격화했다.

검찰 조사 결과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들 수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설 연휴 기관에도 핵심 임원들과 함께 관련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 행장들도 외부일정 없이 휴식을 취하며 경영구상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평소 임직원들에게 독서를 강조해 온 조용병 회장은 이번 명절에도 '마윈, 내가 본 미래'(저자 마윈), '손정의가 선택한 4차 산업혁명의 미래(저자 김용태)'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도서를 읽으며 새해 경영전략을 재점검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을 다녀온 김도진 기업은행장도 설 연휴 기간 IBK창공 등 창업.벤처기업의 효과적 지원책 마련에 대한 구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반면 연휴를 반납하고 출근해 현안을 돌보는 CEO도 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설 당일인 16일 성동구 우리W타워 고객센터와 명동 우리은행 본점 상황실을 찾아 연휴에도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차세대시스템 도입으로 설 연휴에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됨에 따라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우리은행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15일 오전 00시부터 연휴가 끝나는 18일 24시까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ATM, 체크카드 사용 등 모든 금융거래를 일시 중단한다. 다른 은행 ATM에서 출금도 안 된다.

손 행장은 차세대시스템 오픈을 하루 앞둔 18일에도 우리금융상암센터 방문해 마지막 준비 작업을 직접 챙길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설 연휴 기간 업무와 관련된 보고를 받은 적 없다"며 "금융권 전체가 채용비리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이 조용히 명절 연휴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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