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운영을 중단해 주목된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까지 인민은행은 15거래일 연속 역 RP 운영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상업은행에 만기 도래한 대출 1조3천700억 위안을 그대로 순회수했다.

역RP 거래는 7일~28일 만기로 중국 대형 은행이나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에 단기 자금을 대출해주는 창구로 통상 춘제를 앞두고는 은행권의 자금 수요가 높아져 자금 공급의 수단이 돼 왔다.

작년 인민은행은 춘제를 14일 앞두고 역RP 운용을 통해 시중에 자금 투입을 개시해 총 1조1천억 위안의 자금을 순공급했다.

그런 인민은행이 올해는 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인민은행의 자금 흡수가 주목받는 것은 최근 상하이증시가 폭락하는 등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상하이증시는 미국발 주가 폭락 영향으로 지난주 9.6%가량 하락했다. 통상 시장 불안이 가중될 때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풀어 시장을 안정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인민은행 행보는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WSJ은 인민은행이 역RP 공급을 중단한 것은 유동성 환경이 과거보다 낫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민은행은 연초부터 소규모 농촌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인하했고, 전날에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15일 만기도래하는 MLF에 대비해 3천930억 위안을 공급했다.

덕분에 작년과 같은 유동성 경색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7일짜리 은행 간 대출 금리는 작년 말 5.4%에서 최근 3.2%까지 하락했다. 다만 이는 1년 전의 2.7%보다는 높은 편이다.

유동성 압박은 완화하면서도 대규모 유동성을 풀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WSJ은 중국 당국이 올해에도 레버리지 축소를 통해 금융위험을 차단하려고 애쓰는 점도 역 RP 운영 중단한 이유라고 해석했다.

시중에 과도하게 유동성이 풀려 투기적 투자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상하이에 있는 아시아계 은행의 한 트레이더는 "인민은행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라며 "더는 저리의, 싼 단기 자금을 이용해 레버리지 베팅에 활용하지 말라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가 폭락할 때도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라며 "이는 요즘 들어 디레버리징에 (당국이) 얼마나 진지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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