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해 80%에 달하는 영업점 통폐합을 단행한 한국씨티은행이 1천억 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해 눈총을 사고 있다.

매년 고배당 '먹튀' 논란 꼬리표가 따라다닌 씨티은행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배당을 결정,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어 보통주 한 주당 295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우선주 한 주당 배당금은 345원이다.

배당금 총액은 938억9천133만 원 정도다.

씨티은행은 내달 30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안건을 상정, 의결하고 오는 4월 중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의 최대주주는 씨티그룹이 100% 출자한 '씨티뱅크 오버씨즈 인베스트먼트 코퍼레이션'(COIC)다. 99.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씨티은행은 올해도 1천억 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하게 됐다.

이번 배당을 향한 금융권 시선이 유난히 냉랭한 것은 지난해 3월 실시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무관치 않다.

당초 씨티은행은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 2017년 사업연도의 이익 배당을 유보하는 안건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전국의 지점 80%를 줄이는 대신 도입하기로 한 '옴니채널(Omni Channel)'의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고 차세대 소비자 금융 전략에 투자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엔 무엇보다 대규모 영업점 구조조정으로 또다시 불거진 한국시장 철수설을 강하게 부정하기 위한 제스처도 섞여 있었다.

당시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배당 유보를 검토한 이사회 직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한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씨티은행은 2015년 1천162억원, 2016년 1천146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올해 배당은 지난해보다 약 93억원 정도 줄어든 수준이다.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으로 영업이 위축되거나 실적이 부진할 경우를 대비해 배당 유보를 검토했으나, 외형적 위축이 없는데다 기대 이상의 실적이 예상돼 배당을 결정했다는 게 씨티은행 측의 설명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통폐합 관련 민원도 없어 작년보다 낮은 수준으로 배당을 결정했다"며 "씨티그룹은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위해 자본비율이 양호한 국가에 대해선 이에 상응하는 배당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씨티은행의 이같은 결정이 말바꾸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시장 투자를 위한 배당 유보를 검토했다 1천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의 배당을 시행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며 "그간의 고배당 논란이 되풀이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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