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정원 기자 = 동부대우전자 인수전이 대유그룹의 최종승리로 일단락된 가운데 대유그룹의 동부대우전자 인수가 애초 물류창고에서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대유그룹 가전 계열사인 대유위니아는 지난 2016년 아산에서 광주로 생산공장 이전을 확정한 후 대규모 물류센터의 필요성을 느꼈다.

주요 협력사가 위치한 광주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가운데 최첨단 물류센터를 구축해 수출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게 대유위니아의 구상이었다.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물류센터를 세우는 데 필요한 비용은 700억~800억원.

대유그룹 내부에서는 이때 동부대우전자를 인수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동부대우전자가 대유위니아 생산공장과 인접한 광주 하남산단에 대규모 물류센터가 있어서다.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면 하남산단 물류센터를 포함해 수도권과 영남권, 호남권, 중부권 등 전국구 물류망을 보유하게 된다.

국내가전사 중에서 전국에 물류망을 보유한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등 3곳 정도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유그룹은 유동성에 허덕이는 동부대우전자 지분 100%의 가치가 1천억원 미만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면서 "물류센터를 짓는 것보다 모든 측면에서 만족시킬 수 있는 동부대우전자를 인수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유그룹은 실제로 동부그룹(현 DB그룹)에 동부대우전자 인수를 타진했다.

그러나 동부그룹은 대유그룹에 '퇴짜'를 놨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대우전자에 직접 투자할 만큼 애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대유그룹은 동부대우전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유그룹은 내부적으로 조만간 동부대우전자가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

동부대우전자의 순자산이 1천800억원 미만이 되면 재무적 투자자(FI)는 동부그룹이 보유한 지분까지 포함해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유그룹은 주요 FI가 동부그룹의 지분까지 통째로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along)'을 행사하길 기다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FI는 대유그룹의 바람대로 지난해 자금회수를 위해 동부대우전자 매각을 추진했다. 대유그룹은 바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대유그룹은 성공했다.

대유그룹은 지난 10일 새벽 3시 동부대우전자 지분 84.8%를 600억원 수준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700억~800억원이 필요한데, 600억원 수준에 동부대우전자의 강력한 해외 영업망과 물류센터, 다양한 제품군을 한꺼번에 손에 넣은 것이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의 한 파트너는 "대유그룹은 덩치는 작지만, 전략은 대기업 수준으로 치밀하게 잘 짜는 곳"이라면서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에 이어 동부대우전자도 품게 된 비결"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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