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의 임금상승률 반등에 이어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이례적으로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이 종료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월 CPI는 전월대비 0.5%(계절조정치)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4% 증가와 작년 12월의 0.2% 증가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년 대비로는 2.1% 올라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1.9% 증가를 웃돌았다. 다만 이는 작년 12월과 같은 수준이다.

근원 CPI는 전월대비 0.3% 증가해 2017년 1월 이후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 12월에는 0.2% 증가했다.

CPI의 증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금융시장이 주목해온 지표다.

미 국채 시장은 곧바로 이에 반응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2.913%로 올라서 2014년 1월 9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2년물 금리는 2.172%까지 상승해 2008년 9월 초 수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 증시는 인플레 우려에도 1% 이상 상승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부 가격에 반영한 데다 금융주가 오름세를 보인 것이 시장을 견인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고 있음을 시사했으나 연준이 기존에 시사한 것보다 더 빠르게 금리 인상 속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WSJ는 그럼에도 이날 물가 반등세는 크지 않지만, 인플레이션이 수년간 연준의 2% 목표치를 밑돈 후에 "상승세(uptrend)"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아마존닷컴은 프라임 회원권의 월 구독료를 18.2% 올린 12.99달러로 인상했다. 이번 주 월트디즈니는 미국 놀이공원의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는 등 곳곳에서 물가 상승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웰스파고 증권의 사라 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가격 결정력을 시험하고 있다"라며 "고객들에게 더 높은 비용을 전가할 정도로 충분히 자신이 있다는 좋은 신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1월 물가 지표 중 의류 가격은 3개월간의 하락세를 접고 전달대비 1.7% 올랐다. 상승률은 1990년 2월 이후 최고치다. 의류 가격은 지난 20년간 저가 수입품의 홍수로 디플레이션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신호로 해석했다.

1월 자동차 보험료 가격도 전달대비 1.3% 올라 2001년 1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해 물가 반등 신호로 읽힌다.

일부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피츠버그의 한 페인트업체는 가격을 인상해 계속된 원자재가 인상을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1월 페인트 가격이 포함된 공구와 하드웨어, 소모품 가격은 전달대비 0.8% 상승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작년 12월에 전년 대비 1.7% 상승했으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1.5% 올랐다. 1월 지표는 오는 3월 1일에 발표된다.

연준의 다음 통화정책 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3월 20일~21일에 예정돼 있다.

CME그룹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 나타난 투자자들의 3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83%이다.

시장은 현재 올해 말까지 최소 3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63%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최소 4번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26%로 반영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의 전망이 항상 맞았던 것은 아니다.

시장은 2016년 연준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인상은 글로벌 불안과 성장 둔화, 저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그해 12월에 한 차례 이뤄졌다. 또 작년에는 금리가 세 차례 인상되는 데 그쳤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이 주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이날 예상보다 높은 CPI 수치가 "인플레이션 재앙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올해 연준이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을 완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시장에는 분명히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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