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일본 당국의 엔화 강세 저지를 위한 구두개입과 차익실현 매수세 덕분에 최근 내림세를 접고 반등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16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6.29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6.09엔보다 0.20엔(0.18%)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2405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503달러보다 0.0098달러(0.79%)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1.87엔을 기록해, 전장 가격인 132.66엔보다 0.79엔(0.59%) 낮아졌다.

달러화는 아시아장에서 일본 당국의 구두개입 영향으로 최근 이어진 엔화와 유로화에 대한 내림세에서 반등했다.

외환 전략가들은 물가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기대가 커짐에도, 최근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부진영향이 달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미 재정적자 확대도 달러에 악재라고 설명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최근의 엔화 강세 현상에 대해 "일방적으로 편향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의 외환정책 실무 책임자인 아사카와 마사쓰구(淺川雅嗣) 재무관도 "이전보다 더 큰 강도로 시장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ACLS 글로벌의 마샬 글리터 수석 전략가는 "아마도 물가와 성장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 때문에 시장은 연준이 지금 더 공격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준이 성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더 기울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리터는 "그래서 연준이 과거 고물가 시절에 보통 높였던 만큼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리라고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니면, 시장은 미 연방정부의 끝이 없는 재정적자 확대와 사상 최고치 무역적자(원유 제외) 등 쌍둥이 적자에 따른 부정적인 요인에 집중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든 달러 매도 심리가 오늘날의 주문인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스코셔뱅크의 샤운 오스본 전략가는 "시장 참가자들이 쌍둥이 적자에 주목하기 때문에 달러에 대한 장기 전망은 약세이지만 단기적인 경로는 시장 참가자들이 현재의 거래를 어느 수준으로 이어가려는 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달러에 우호적이었다.

미 노동부는 지난 1월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1.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0.7% 상승을 웃돈 것이다.

1월 수입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12월 상승세와 같은 수준이지만 2016년 5월 기록한 1.2% 상승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기업은 성장률이 높아지고, 경기 전망이 더 낙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가격을 결정할 힘을 더 갖게 됐다고 느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 선임 경제학자는 "요점은 2011년 이후로 원자재 시장을 장악했던 이상한 물가 억제 압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 상무부는 1월 주택착공실적이 전월 대비 9.7% 급증한 132만5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4.2% 늘어난 124만 채였다.

1월 주택착공 허가 건수는 7.4% 늘어난 139만6천 채를 보였다. 이는 10년 반 만에 최고치다. WSJ의 집계 결과는 0.8% 늘어난 131만 채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의 갑작스러운 혹한으로 착공이 급감했던 부분을 1월에 따라잡는 양상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경제학자는 "주택보유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고, 단독 주택 재고가 적은 데다, 주택 거품기보다 건축업자들이 더 낙관적"이라며 "주거용 건설은 기후와 상관없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렌딩트리의 텐다이 캐프피제 수석 경제학자는 "세제 변화는 건축업자 이익률을 10~15% 개선할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저가의 주택을 더 많이 짓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최근 2주간의 금융시장 불안에도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올라섰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2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전월 95.7에서 99.9로 상승했다. WSJ의 전망 집계치는 95.0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100.7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의 2.7%를 유지했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도 전월 2.5%에서 변동이 없었다.

미시간대 소비자서베이 부문 디렉터 리처드 커틴은 "증시 급락은 소득 증가, 고용률 상승, 세제개편에 따른 낙관론에 가려졌다"며 "설문 대상 응답자 중 부정적인 요인으로 증시를 언급한 것은 6%에 불과했고, 긍정적인 요인으로 정부 정책을 대답한 비율은 35%로 전달과 변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커틴은 "전체적으로 이날 지수는 올해 개인소비지출(PCE)이 2.9% 증가하는 수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뉴스에 한때 반락했다가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이자 엔화와 유로화에 오름폭을 확대했다.

뮬러 특검은 이날 소셜 미디어 등으로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 인사 13명과 러시아 기관 3곳을 기소했다. 이는 특검이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 4명을 기소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략가들은 슈퍼 비둘기인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되고,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는 데도 엔화 강세가 쉽게 저지될 성격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날 일본 정부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73) 일본은행 총재를 연임시키는 인사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밝혔다.

BK 자산운용사는 아베 총리의 이번 발표는 빠른 엔화 강세를 저지하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며 하지만 약간의 '숏 커버링'만 일으켰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 소식의 시장 영향은 거의 없고, 여전히 달러 과매도 상태이다"라고 분석했다.

엔화 강세는 일본의 수출 주도 경기 확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최근 일본은 28년 만에 가장 긴 확장기를 기록 중이다.

RBC의 애덤 콜 수석 전략가는 세계 자본 흐름이 경쟁통화보다 엔화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일본 재무성 자본 흐름 통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최근 2주 연속 해외 채권 순매도를 1조엔 수준까지 높였다고 지적했다.

콜 전략가는 "이는 최근 엔화 강세가 투기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은행 ING는 올해 말 유로화가 1.30달러로 오르고, 달러가 100엔으로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 지출과 세제개편에 관한 우려로 달러에 대해서 '재정 위험 프리미엄'이라는 가격 반영을 시작할 것이라며 유로화와 엔화가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은 "두 통화 모두 대규모 경상흑자 국의 통화인 데다 공공과 민간 투자자 모두에게 외환 다변화 전략을 위한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통화"라고 분석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은 "블룸버그 설문에서 거의 절반 정도가 올해 말에 일본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 또한 엔화 강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또 달러-엔 환율이 장기 공정 가치인 89엔 대비 너무 높다며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유니크레디트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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