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미 경제지표 호조에도 매수세가 유입돼 장기물은 올랐지만, 단기물은 내리는 혼조세를 지속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6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6bp 내린 2.877%에서 거래됐다. 이번 주 4.7bp 올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8bp 높은 2.193%에서 움직였다. 한 주간 13.2bp 상승했다.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오름폭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4bp 하락한 3.136%에서 거래됐다. 한 주간 변동이 크지 않았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미 경제지표 호조에도 상승했다.

전일 국채가는 그동안 낙폭 확대에 따른 매수세가 등장해 장기물은 올랐지만, 단기물은 내리는 혼조를 보였다.

금리 전략가들은 그동안 급등한 미 국채수익률이 매수심리를 키우고 있다며 전일 10년물이 4년 최고치인 2.94%까지 오른 이후로 매수세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최근 국채 매수세를 주도해온 증거도 나타났다.

연준이 관리하는 해외 중앙은행들 증권 잔액이 지난 3주간 460억 달러 급증해,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

전략가들은 하지만 미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급증과 물가 상승 부담이 커지는 것은 국채가 하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은 앞으로 1조 달러 이상의 국채 발행을 전망하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이안 린젠 전략가는 "국채 발행 부담은 빠르게 시장 가격에 반영돼, 이미 매도세가 나왔다"며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 완화의 하나로 시작한 국채 매입이 시장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됐는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진단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기 르바 수석 전략가는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이 다른 길로 가야 할 때"라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국채가에 비우호적이었다.

미 노동부는 지난 1월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1.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0.7% 상승을 웃돈 것이다.

1월 수입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12월 상승세와 같은 수준이지만 2016년 5월 기록한 1.2% 상승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앰허스트 피어폰트 증권의 스티븐 스탠리 수석 경제학자는 "기업은 성장률이 높아지고, 경기 전망이 더 낙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가격을 결정할 힘을 더 갖게 됐다고 느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프리스의 토마스 사이먼 선임 경제학자는 "요점은 2011년 이후로 원자재 시장을 장악했던 이상한 물가 억제 압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 상무부는 1월 주택착공실적이 전월 대비 9.7% 급증한 132만5천 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4.2% 늘어난 124만 채였다.

1월 주택착공 허가 건수는 7.4% 늘어난 139만6천 채를 보였다. 이는 10년 반 만에 최고치다. WSJ의 집계 결과는 0.8% 늘어난 131만 채였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의 갑작스러운 혹한으로 착공이 급감했던 부분을 1월에 따라잡는 양상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1월 착공이 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살 구아티에리 선임 경제학자는 "주택보유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고, 단독 주택 재고가 적은 데다, 주택 거품기보다 건축업자들이 더 낙관적"이라며 "주거용 건설은 기후와 상관없이 증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렌딩트리의 텐다이 캐프피제 수석 경제학자는 "세제 변화는 건축업자 이익률을 10~15% 개선할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저가의 주택을 더 많이 짓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최근 2주간의 금융시장 불안에도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올라섰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2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는 전월 95.7에서 99.9로 상승했다. WSJ의 전망 집계치는 95.0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100.7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의 2.7%를 유지했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도 전월 2.5%에서 변동이 없었다.

미시간대 소비자서베이 부문 디렉터 리처드 커틴은 "증시 급락은 소득 증가, 고용률 상승, 세제개편에 따른 낙관론에 가려졌다"며 "설문 대상 응답자 중 부정적인 요인으로 증시를 언급한 것은 6%에 불과했고, 긍정적인 요인으로 정부 정책을 대답한 비율은 35%로 전달과 변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커틴은 "전체적으로 이날 지수는 올해 개인소비지출(PCE)이 2.9% 증가하는 수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가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 뉴스에 한때 반락했다가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이자 오름폭을 소폭 줄였다.

뮬러 특검은 이날 소셜 미디어 등으로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 인사 13명과 러시아 기관 3곳을 기소했다. 이는 특검이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 4명을 기소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전략가들은 다음 주 예정된 미 국채 입찰을 주목했다.

미 재무부는 다음 주에 2년 만기 280억 달러, 5년 만기 350억 달러, 7년 만기 290억 달러어치 국채를 발행한다. 입찰 규모는 2월 발행 계획에 비해 좀 많은 편이다.

전략가들은 물가 전망에 대해서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최근 채권시장에 나타나는 매도세로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세제개편에도 성장률이 앞으로 몇 년 동안 2~2.5%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G는 다만 물가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 이후 상승 동력을 잃을 것이라며 따라서 10년물이 도달한 이후 지속해서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지난해의 고용시장 호조가 임금 상승률을 높인 데다, 달러 약세가 상품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근원 소비자물가자 올해 말에 2.5%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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