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금융시장의 채권쟁이들은 황금개띠의 해라는 무술년(戊戌年)이 썩 달갑지 않다. 음력설이 지나면서 무술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글로벌 금리상승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매니저는 운용할 물건이 없어 고달프고 채권브로커들은 거래량이 줄어 울상이다.

◇금리 역전현상 심화에 매니저는 죽을 맛

채권 매니저들은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졌다. 장단기물 금리 역전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512)에 따르면 국고채 50년물 등 장기물 금리가 왜곡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수급이 불안정한 탓이다.

국고채 50년물은 지난 9월말 기준 주간 평균 수익률이 연 2.351% 수준으로 낮아졌다. 당시 국고채 10년물 주간 평균 수익률이 연 2.342% 수준이었다. 수급 불균형이 감지됐지만 후속조처는 뒤따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등 당국은 금리급등 위험 등을 이유로 당초 약속했던 국고채 50년물 발행을 미뤘다. 이 때부터 장단기 수익률 역전등 금리 왜곡현상은 심화됐다.

지난주말 기준 주간단위 국고채 평균 수익률은 국고채 50년물 연 2.702%, 국고채 30년물 2.700%, 국고채 20년물 2.739%, 국고채 10년물 2.783% 였다. 만기가 무려 40년이 더 긴 국고채 50년물 가격이 국고채 10년물 보다 더 비싸다는 의미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서울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

당국은새로운 IFRS 규정 적용을 앞두고 장기물을 대거 편입해야 하는 보험사의 사정에 귀를 닫고 있다. 장기물을 대거 늘려달라는 보험사의 건의는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 되고 말았다. 다급해진 보험사들은 급기야 국고채 30년물,20년물 등을 매집하며 금리 역전의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보험사 등의 채권 매니저들은 크레디트물과 해외채권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듀레이션도 다양하게 바꿔보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빵 찍는' 채권 브로커

지난해부터 채권 거래량이 대폭 줄어들면서 이른바 '빵(거래량 제로)찍는' 브로커들이 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ed 이하 연준)이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채권금리도 동반상승한 탓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017년 채권 장내·외 시장 거래량은 6천919조6천387억원으로 2016년(7천803조9천319억원) 보다 11%(884조2천932억원) 줄었다.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된 국고채 거래량은 4천660조7천355억원으로 2016년 거래량(5천626조6천221억원) 대비 17%(965조8천866억원)나 줄었다.

연준은 올해에도 세차례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금리 대세 상승기를 맞아 거래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브로커들도 크레디트 물과 해외채권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매니저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기재부 등이 나서 왜곡된 장간기 금리스프레드부터 정상화시켜야 거래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보험사 매니저들은 100년만기 채권도 사야할 정도로 부채와 자산의 듀레이션 미스매치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가 국고채 50년물 발행을 좀 더 전향적으로 고려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리 기간구조의 왜곡이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재부도 국고채를 유리한 조건으로 팔아야하는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의 일부일 뿐이다. 시장이 살아나고 거래량이 늘어야 국고채 팔기도 더 쉬워진다. 당국이 시장에 군림하던 시절은 지났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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