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우리나라를 향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외환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제한되고 있다.

미국의 달러 약세 선호 기조가 뚜렷해 달러-원 환율이 홀로 상승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행보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고, 전체 산업에 미칠 파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까지 미국의 통상 압박이 덮치게 되면, 수출 전선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로 원화 약세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철강 수입이 미국 경제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백악관에 전달했다.

상무부는 모든 수출국에 일률적으로 24% 이상 관세 부과, 국가별 대미 수출액을 작년의 63%로 제한, 한국·브라질·중국 등 12개국에 53% 관세 부과 등 세 가지 안을 백악관에 제안했다.

이미 미국은 기계 부품에 최대 45% 관세를 매기는 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20원 밀린 1,068.00원에 출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 상무부 조치의 파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량이 2016년 8월 고관세 부과 이후 감소해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현대차투자증권은 미국 철강 내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글로벌 철강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리라 전망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예측한 수준에 머무는 것도 사실이다.

산업연구원은 '2018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보호무역주의 탓에 철강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올해 수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의 경우 반덤핑 제소 등 미국 월풀의 우리 제품에 대한 견제가 지속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TV 등 전방 세트 제품의 수출 위축 시 간접적인 영향에 들 것으로 판단했다. 수출액은 9.8% 감소로 전망됐다.







11대 주력 산업 전체를 보면, 올해 수출 증가율은 4%로 작년 15% 대비 증가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증가추세는 유효할 것으로 예측됐다.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가 여전히 많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 국제금융시장 전문가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았다면 통상압박이 원화 약세로 연결됐을 것"이라며 "철강·가전 등 개별기업의 주식이 견고하기 때문에 환율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이 정치·외교적 측면에서 통상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아직 금융시장으로 파장이 미치지 않는 것"이라며 "그 강도가 거세지면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앞으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세탁기와 철강을 넘어 반도체까지 영향권에 들 경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움직임을 고려하면 미국 제조업 밖에서도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은 작아 보이지만, 시나리오에서 배제할 수 없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가 통상 압박을 받으면 달러-원 환율을 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 산업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 현실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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