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가 오는 6월 말 일몰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제도 폐지와 연장을 놓고 격론이 재연되고 있다. 합산규제의 경우 향후 케이블TV 인수·합병(M&A)에도 변수가 될 수 있어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의견서를 내고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인 KT를 견제하기 위해 합산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산규제는 오는 6월 27일 일몰될 예정이다.

방송법과 IPTV법에 따르면 특정 유료방송사업자는 해당 사업자와 특수관계자를 합산한 가입자 수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기준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가입자는 927만2천32명으로 30.4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합산규제는 업계 1위인 KT를 겨냥한 제도인 셈이다.

케이블TV 업계가 합산규제 일몰에 반대하는 이유도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KT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권한대행은 "합산규제가 일몰되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 위성방송만 가입자 수 규제가 없는 입법 미비 상태가 된다"며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100% 가입자 확보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IPTV 시장에서 KT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과 LG유플러스도 1위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해 합산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규제 대상인 KT는 합산규제 폐지를 줄곧 주장해왔다.

KT는 합산규제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혁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폐지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 역시 케이블TV 업체의 M&A 활성화를 위해 합산규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합산규제는 매우 조심스러운 문제"라면서도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합산규제는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M&A 시장에는 케이블TV 업계 3위 딜라이브가 매물로 나와 있다. 케이블TV 1위 업체인 CJ헬로비전도 CJ그룹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재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금력이나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할 수 있는 곳은 IPTV 사업을 운영 중인 통신 3사다. 합산규제가 사라지면 KT도 M&A에 뛰어들 수 있어 매각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다른 나라에 전례 없는 규제인 것을 고려하면 오는 6월 일몰이 시장 논리에 타당하다"며 "합산규제 일몰 시 통신 3사 모두 M&A가 가능해짐에 따라 케이블TV 사업자의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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