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나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평화로운 축제의 장인 올림픽 기간 북한과 미국이 의도적으로 몸을 낮추고 있고, 그 이후에 북·미가 강경태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견해다.

미국이 우리나라 철강 등에 통상압박을 가하는 것도 정치·외교적 사전 포석이라서, 환율 등 금융시장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한반도 정세를 돌아봤을 때 금융시장이 사정거리에 놓일 정도로 지정학적 위험이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은 작다는 목소리가 아직은 강한 편이다.

20일 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에 우리나라와 중국,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12개국의 철강 수입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백악관에 제안했다.

미국은 안보를 침해하는 수입품에 제재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삼았고, 대미 수출 1위인 캐나다를 비롯해 일본과 독일 등 수출이 많은 우방 국가는 제외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중국과 함께 해당 명단에 포함된 것을 단순하게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결국, 안보와 경제는 분리할 수 없다는 미국의 기본적인 시각이 드러났으며, 평창 올림픽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북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2일에 이어 14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압박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4월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다가올수록 무력 도발 등 북한의 강경 행보가 힘을 받을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미 흑자를 많이 줄였어도 경제 제재 대상이 되고 있다"며 "미국의 안보문제에 긴밀히 협조하느냐가 기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림픽·패럴림픽이 끝나고 미국과 북한의 대치국면이 거세질 수 있고, 금융시장도 움직일 것"이라며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FX) 딜러는 "정치·외교적인 부분이라 파악하기 어렵지만, 돌아가는 분위기를 봐서는 축제가 지나고 걱정이 된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물론 지정학적 우려를 달러 매수 등의 재료로 삼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저렴한 중국산 철강을 가공하는 등 중국과의 산업 연계성 탓에 미국의 제재대상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압박은 경제 문제로, 안보와는 별개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험이 커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 고문이 평창 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할 예정이고,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신성원 국립외교원 경제통상연구부장은 "북한 핵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압박하며 경제적 이익을 가져가는 것에 관심이 있다.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부장은 "철강 제재는 중국의 구조조정에 목적이 있다"며 "세계 철강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있고 우리에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우리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를 제재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기술력이 앞서 있고, 가격을 결정할 생산력도 갖춰 후발 주자에 대처할 수 있어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철강 제재나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겠지만,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된다"고 말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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