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증권가의 성과급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성과 보상 체계를 손질한 데 따라 성과급의 최소 40%가 이연 지급되고, 그마저도 담당 업무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환수하도록 한 영향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라 증권사들은 임원이나 금융투자업무 담당자들에게 성과급의 최소 40%를 이연해서 지급해야 한다. 성과급 이연 지급 기준이 없던 것을 '최소 40%'로 명확히 했다.

성과급 이연 지급 대상도 구체적으로 정했다. 증권인수업무처럼 단기성과급의 폐해가 나타날 수 있는 직무에 종사하면서 경상이익과 연동하는 성과급을 받는 직원이 성과급 이연 지급 대상이다.

성과급을 환수하는 기준도 마련했다. 증권사 임원이나 금융투자업무 담당자가 성과급 이연 지급 기간에 담당 업무와 관련해 손실이 발생하면 성과급을 토해내거나 차감하도록 했다. 다만 이연 지급 성과급만 대상이고 그 이상은 환수하지 않는다.

이처럼 증권사의 성과 보상 체계가 바뀐 데 따라 증권가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실적에도 성과급에 대한 기대가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증권사 직급 체계가 정규직과 전문계약직으로 나뉘면서 성과급에 대한 기대는 이미 낮아지기도 했다.

증권사 정규직은 높은 성과를 거둬도 형평성 차원에서 다른 정규직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일부 성과급을 지급한다 해도 전문계약직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수익에 따른 성과급은 전문계약직에 집중된다. 증권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도 전 임직원이 골고루 성과급을 나눠 갖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대형사의 경우 개인 역량보다 회사의 자본 규모와 시스템으로 성과가 결정된다고 보고 성과급 규모를 줄이기도 했다.

지난해 주요 증권사들은 증시 호황에 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년보다 121.5% 증가한 5천2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2005년 동원증권과 합병하며 비경상이익이 증가해 일시적으로 7천2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후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어 미래에셋대우가 5천49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116% 늘었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은 2천35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금융권 성과보상체계를 손질한 데다 초대형 증권사들이 탄생하며 증권사 수익이 개인 역량보다 자본 규모와 시스템에 따라 결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처럼 증권가가 실적에 따른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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