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라트비아 3위 은행인 ABLV에 전격적으로 지급정지 명령을 내렸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ABLV가 불법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가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ECB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 13일 ABLV를 제재한 이래 재무여건이 심각하게 악화했다"며 이같이 조처했다.

지난주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과 연루된 회사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돈세탁해준 혐의가 있다며 ABLV를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했다. 미국 금융망에서 퇴출당하면 사실상 국제 금융거래를 할 수 없어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ABLV 또한 이 같은 조치로 돈줄이 막혀버리면서 상당수 고객이 거래를 끊었고 불과 일주일 만에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에 ECB는 ABLV의 유동성 악화로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해 미리 지급명령을 내린 것이다. 지급정지 명령은 은행의 거래를 막는 것으로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다.

ABLV의 사정이 악화하면서 라트비아 중앙은행은 9억 7천500만유로의 긴급 자금을 투입했지만,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BLV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과 라트비아 당국에 협조하고 있으며 모든 문제를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일마르스 림세빅스 라트비아 중앙은행 총재도 부패혐의로 반부패 척결기구인 KNAB에 체포되는 등 라트비아 금융계는 어지러운 상황이다. 림세빅스 총재는 북한과 연루됐을 가능성을 숨기기 위해 라트비아 공무원에게 뇌물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라트비아 중앙은행은 ECB 내 주요 기구인 관리이사회의 일원이다. ECB 관리이사회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등 주요 조직의 기밀에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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