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단기물 투자심리 악화에 통안채 91일 물과 182일 물 입찰이 예정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미달됐다.

통상 월말이나 명절 등을 앞두고 은행 등 환매가 나타나는데 설 연휴 이후에도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지면서 단기물 시장이 위축됐다.

20일 연합인포맥스 통화안정증권 입찰 결과(화면번호 4519)에 따르면 전일 통안채 91일 물은 당초 1조 원 발행 예정이었지만, 8천600억 원밖에 발행되지 못했다.

응찰률 87%, 낙찰률 86%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같은 날 입찰이던 통안채 182일 물도 5천억 원 발행 예정에 4천100억 원만 낙찰됐다. 응찰률이 88%로 응찰물량이 발행 예정 물량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글로벌 금리가 상단을 확인하지 못한 가운데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오는 21일(미국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록이 공개되고, 다음 주에는 한국은행 2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2월 환매가 많이 나오면서 단기물 시장이 위축됐다"며 "유동성이 좋은 3개월 통안채 입찰도 미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 설 전에는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데, 이번에는 채권펀드와 MMF에서 전반적으로 자금이 나가고 있다"며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단기물 투심이 약화하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난 1월 한은 금통위가 시장의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이었는데, 한미 금리 역전이 가시화된 만큼 2월 금통위에서는 다소 매파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전일 2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2.1936%에 마감했지만, 국내 민간평가사 기준 국고채 2년물 금리는 2.172%를 나타내며 미국보다 낮아졌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설 연휴 기간 미국에서는 연내 최대 4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며 미국 단기금리가 많이 올랐다"며 "그동안 단기자금이 안정적으로 움직였는데, 국내도 다음 주 금통위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살아난 모습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지난 1월 금통위가 너무 비둘기파 적이라 조심스럽게 매파적으로 돌아설 것 같다"며 "매파적인 입장을 강화하기엔 물가와 달러-원 환율이 부담스럽고 비둘기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기엔 미국 금리와의 디커플링이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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