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마크 카니 총재가 머빈 킹 전 총재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더십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카니 총재는 이날 '혼란기의 리더십에 대한 반추'라는 제목의 리젠트대 연설에서 "금융위기 때 리더들은 명쾌한 마음과 생각, 소통을 그 무엇보다 필요로 했다"며 혼란했던 2008년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일각에서 붕괴하는 시스템을 지키는 일이 미래의 부주의한 행동을 독려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하지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금융위기 때 도덕적 해이를 들먹이는 것은 엉뚱한 것이고 위험한 일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재는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다 집에 불을 낸 사람을 그 자리에서 훈계하기보단 그를 구출하고 불길을 잡은 다음에 꾸짖어야 한다"며 리더가 명쾌한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설픈 전략을 동원해서라도 곤경에 처한 자를 임박한 위험에서 구출하는 것이 완벽한 해답을 기다리다가 비극적 결말을 맞는 것보다 낫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문은 킹 전 총재가 금융위기 때 도덕적 해이를 강조한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면서 카니 총재가 킹 전 총재의 대응에 대해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킹 전 총재는 정부가 로이드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를 구제한 것을 두고 사상 최대의 도덕적 해이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금융위기 당시 영국 재무장관이었던 알리스테어 달링은 회고록에서 2007년에 킹 총재가 은행 시스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수개월 동안 거부했다고 밝혔다.

달링 전 장관은 "너무나도 절박해 BOE에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지 알아봤으나 돌아오는 조언은 가능할 수 있지만 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일 수 있다는 얘기뿐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킹 전 총재는 2007년 당시 BOE가 미국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보다 더 많은 장기 유동성을 공급했다면서 금융위기 때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해명했다.

킹 총재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BOE 총재를 역임한 뒤 카니 총재에게 총재직을 물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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