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 조직관리, 정책운용에 여유갖고 생각할 여건 만들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스위스 통화스와프 계약에 서명한 후 향후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함께 임기만료를 앞두고 후임 총재가 오면 여유있게 정책을 운용할 수 있도록 임기내 업무를 잘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20일(현지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언론과의 티타임에서 "통화스와프는 상대국 경제를 신뢰해야 가능하다"며 "한국경제가 건실하고, 외환, 금융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이번 (한국-스위스 통화스와프) 계약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6개 기축통화 국가에서 캐나다에 이어 스위스와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하게 된 배경으로 건실한 한국 경제를 내세웠다.

이에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도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논의 자체가 중단됐지만 양국 중앙은행 교류는 종전과 다름없이 하고 있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중앙은행간 금융협력 차원에서 논의하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2015년 소녀상 설치와 관련한 정치외교적 갈등에 계약 연장이 무산된 바 있다.

6개 기축통화국 중 다른 나라와의 통화스와프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CB(유럽중앙은행)는 성격이 조금 다르고,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건실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를 꼽았다.

특히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해 "통상 마찰 문제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우리 예상을 넘어설지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보호무역 확산 속도가 예상을 넘어서는 속도가 될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가파르다고 해서 바로 금리인상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은 국내금리 정책"이라며 "미국 금리정책이 대단히 중요한 고려하상인 건 맞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일대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정부는 작년 8% 증가보다 낮출 생각이고, 가계부채 증가가 소득증가를 넘지 않게 하는게 목표"라며 다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사태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단위 변경) 상황을 맞을지 여부는 중앙은행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며 다만, 리디노미네이션 상황에 대비해 준비는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3월말 임기 만료를 앞둔 소회도 밝혔다.

이 총재는 "후임자가 오자마자 무언가를 결정하는 상황을 맞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끝낼 일은 확실하게 완결해서 후임자가 조직관리, 정책 운용에 여유를 갖고 생각할 여건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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