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국채 입찰 시장에서 외국인이 계속해서 발을 뺄 것이란 진단이 제기됐다. 신규 발행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흥미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국채 입찰 참여를 서서히 줄이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경기 침체의 늪에서 외국인 채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의 세계 최대 유동성 시장인 미국 국채로 몰려들었다. 2009년에서 2011년까지 월가은행과 국제 투자자는 미국 국채 발행 규모의 약 80%를 인수했다.

2009년 외국인의 인수 비중은 29%였지만, 작년에는 16%로 급감했다.

이런 외국인의 비중 감소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마켓워치는 "이번 주에만 2천500억달러의 미국 국채가 입찰되는 데 대해 누가 충분한 식욕을 갖고 있을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투자자의 한 그룹은 꾸준히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데, 그것은 외국인 채권 투자자"라고 분석했다.

매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매입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극도로 높은 금리 없이도 시장에 쏟아지는 발행 물량을 누가 흡수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전망했다.

연방정부의 지출 상한선이 높아지고 세금 감면 정책이 시행되며 재무부의 차입 필요성은 높아지지만, 채권 물량을 떠안을 주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미국 국채의 올해 순 발행규모는 1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한다.

마켓워치는 "공급 물량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채권 시장의 핵심 보루(bulwark)라고 할 수 있는 외국인의 존재감 약화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올해 외국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수요는 공급 물량의 규모와 비교할 때 제한적일 것"이라며 "외국 민간 투자자의 수요는 산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철수는 입찰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미국 전체 부채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지난해 9월 현재 45%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8년 12월 57%를 보인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한 해 외국인 비중은 소폭 늘었지만, 전반적인 하락 기조는 여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은 7.7%로, 최근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투자자의 국채 보유 규모는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500억달러 넘게 줄었다.

ywkwo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