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 국채 가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자신감에 내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1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8bp 오른 2.943%에서 거래됐다. 2014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3bp 높은 2.270%에서 움직였다. 7거래일째 상승이고, 2008년 9월 이후 가장 높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6.9bp 상승한 3.223%에서 거래됐다.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이날 오후 2시에 공개되는 지난 1월 FOMC회의 의사록을 앞두고 개장초에 장기물은 별 변동이 없고, 단기물은 내리는 혼조세로 출발했다.

전일 국채가는 이번 주 사흘 연속 진행되는 총 1천70억 달러어치의 국채 입찰 부담에 내렸다.

미 재무부는 전일 2년물 280억 달러어치를 입찰했고, 이날 5년물 350억 달러어치와 2년물 변동금리부(FRN) 국채 150억 달러어치를 각각 입찰했다.

마지막 날인 22일에는 7년물 290억 달러어치를 입찰에 부친다.

금리 전략가들은 1월 FOMC 의사록과 5년물 입찰을 앞두고 시장의 시각이 혼재됐다며 시장에 거래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리서치회사 데이터트렉은 "시장에서 거래가 별로 없을 때 투자자들의 집중 기간은 짧아지는 것처럼 보인다"며 "1분기 기업실적 호조 소식은 시야에서 멀어져 있고, 지금 모두 기준금리와 함께 10년물 국채수익률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하트우드의 그라함 비숍 투자 디렉터는 "미 국채수익률은 더 오를 수 있고, 연준을 따라잡아야만 한다"며 채권시장의 연준 긴축 기조 평가는 "아마도 너무 유순하다"고 설명했다.

비숍은 미 국채시장이 "더 정상적인" 시장 여건으로 돌아가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국채시장의 추가 불안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 2017년은 이례적인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는 혼재됐다.

지난 1월 기존주택판매가 낮은 재고와 빠른 가격 상승 부담에 두 달째 줄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1월 기존 주택판매(계절조정치)가 전월 대비 3.2% 감소한 538만 채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전망 집계치는 0.7% 늘어난 561만 채였다.

1월 주택판매는 전년비 4.8% 감소했다. 2014년 8월 이후 가장 깊은 낙폭이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경제학자는 낮은 "지난해 초보다 매수세가 더 강하지만 중개업자들이 재고 부족으로 거래를 종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이는 많은 지역의 구매자들이 점점 시장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월 기존 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전년 대비 5.8% 상승한 24만500 달러를 나타냈다. 주택 가격 상승세는 5년째다. 중간 판매가격은 물가가 반영되지 않는다.

1월 전체 주택재고는 전년비 9.5% 낮은 152만 채로, 1999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낮아졌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제니퍼 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지표는 실망스러웠음에도 고용 호조와 임금 상승 등의 시장의 기저 지지력은 여전히 탄탄하다"며 "하지만 가격과 대출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강한 매수세가 지속하기에는 잠재 구매자들에게 선택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내셔널와이드 보험의 데이비드 버슨 수석 경제학자는 "판매 감소는 지난 두 달 동안 펜딩 주택판매가 늘었기 때문에 놀랍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충격'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평균 30년 만기 대출의 고정금리 수준은 4.38%로 올해 초의 3.95%에서 올라섰다.

버슨은 "고용 호조와 인구 구조가 금리 상승을 극복하고, 판매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주택재고가 적어서 이전보다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월 미국 제조업과 서비스업황이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2월 미 제조업 PMI 속보치(계절 조정치)는 전월의 55.5에서 55.9로 올랐다. 이는 4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월 미 서비스업 PMI 속보치(계절조정치)는 전월 53.3에서 55.9로 상승했다. 이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경제학자는 "경제활동은 2년내 가장 빠르게 가속됐다"며 "PMI의 상승은 성장률이 3%에 달할 것이라는 힌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부정적인 요인은 가격 상승 압력이 가중됐다는 점"이라며 "서비스업비용은 4년 반 만에, 제조업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위원들이 발언에 나섰지만, 시선을 크게 끌지는 못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패트릭 하커 총재는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반복했다.

하커 총재는 세인트루이스 대학 연설에 앞서 배포한 연설문에서 "지금 지표는 두 번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하커 총재는 "경제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지만 지속되는 물가 관성이 기존 금리 인상을 유지하는 이유라며 "연준의 이중책무 중 물가 부분은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 전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가 2019년 말에 목표치 2%에 도달하거나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댈러스 연은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연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점진적이고 인내심 있게 계속 인상해야 한다면서도 '인내심 있게'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금리 인상을 말하는 것인지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적절한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견해는 경제 여건에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경기 부양책의 점진적이고 인내심 있는 제거가 미국의 경기 확장을 계속되게 할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플란 총재는 긴축 속도를 높이고 싶어하는 의도는 드러내지 않았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의사록 발표 직후에는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점에 실망해 낙폭을 소폭 줄이다가 갑자기 낙폭을 확대해, 뉴욕증시와 외환시장을 놀라게 했다.

뉴욕증시는 10년물 국채수익률 상승에 반락해서 마쳤으며 달러화는 엔화와 유로화에 모두 상승했다.

연준 위원들은 1월 의사록에서 기존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표현에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경제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며 낙관론을 높였다.

또 연준은 올해 근원 물가 상승세가 더 빠르게 나타날 것도 전망했다.

다만 일부 연준 위원들이 세제개편이 얼마나 기업 투자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고, 경기 과열을 심하게 우려하지도 않았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네 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29% 반영했다. 전일에는 25%였다.

이날 미 재무부는 5년물 국채를 연 2.658%에서 발행했다. 입찰에서 포괄적인 수요를 보여주는 응찰률은 2.44배로 최근의 흐름에서 소폭 낮았지만, 해외 중앙은행 등의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58.0%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았다.

전문가들은 입찰 수요는 보통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톰 디 갈로마 매니징 디렉터는 "이날 의사록에서 중요 대목은 연준이 물가 위험이 살금살금이지만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곳이었다"며 비둘기 성향 위원들이 매파로 밀쳐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알리안츠 자산운용의 찰리 리플리 선임 투자 전략가는 "어느 정도 연준이 물가가 오르도록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장기 채권 투자자들은 그것에서 보상을 받아야만 한다"고 진단했다.

PGIM의 그렉 피터스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국채시장 매도세에 대해서 "과도했다고 느낀다"며 "물가는 여기에서 안정되고 있지, 일부 사람들이 예상하는 만큼 큰 폭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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