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미국 금리 상승으로 해외 부동산 수익률에 빨간불이 켜졌다. 글로벌 달러까지 동반 약세를 나타내며 설정액 30조원 이상인 해외 부동산펀드 수익률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2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해외 부동산펀드 설정액 규모는 30조1천억원 수준이다. 전체 부동산펀드의 50.3%에 달한다.

전체 부동산펀드에서 해외 부동산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20% 수준이었지만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부동산펀드에는 14조1천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는데 이 중 해외 부동산펀드에만 9조2천억원(65%)이 몰렸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지난 2015년 9월 이후 지난달까지 29개월 연속 순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해외 부동산펀드에 이처럼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해외 부동산시장은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해 금리를 세 차례 인상할 것으로 점쳐지며 부동산시장의 매력이 떨어지는 영향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리츠 상장지수펀드(ETF)인 VNQ ETF는 지난해 12월 18일 장중 한때 86.14달러까지 올랐다가 이달 9일 장중 한때 72.05달러까지 떨어졌다.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낙폭만 10.05달러(12.11%)에 달한다.

국내 대표적인 해외 부동산 ETF인 미래에셋대우 TIGER 미국 MSCI리츠(합성H) 역시 올해 들어 전일까지 12,800원에서 11,445원으로 1,335원(10.58%)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ETF보다 부동산펀드가 해외 부동산 경기 악화에 더 큰 타격을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연 4~6%의 배당 수익을 지급하며 인기를 끌었다. 만기시 펀드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올라 있으면 이를 팔아 또 이익을 거둘 수 있기도 하다.

자산운용사는 만기 1~2년 전에 부동산 매각을 시작하고 차익이 발생하면 이를 수익자들에게 나눠준다.

해외 부동산펀드는 대개 폐쇄형으로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몇십 년까지 환매가 불가능하다. 투자자는 만기 전에는 증권 매매를 통해서만 펀드 투자금을 현금화할 수 있는데, 거래량이 많지 않고 가격도 원금에 못 미친다. 해외 부동산 경기가 악화돼도 만기시까지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경기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악화되고 있어 부동산펀드 수익률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부동산펀드가 해외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때 주변 부동산업계에 펀드 만기가 언제인지 다 소문이 나서 잠재적 매입자들이 펀드가 부동산을 처분해야만 하는 상황을 이용해 가격을 낮게 쳐줄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폐쇄형이라 만기까지 환매가 사실상 어렵고 수수료도 높은 편이라 투자자들보다 운용사에 더 유리한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