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한국GM 사태와 관련해 정부와 회사, 노동조합 등 각 이해당사자들의 협상카드가 윤곽을 드러냈다. 향후 이해관계자들이 자신들의 패를 어떻게 활용해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M본사와 정부, 한국GM 노동조합 등은 최근 회동을 갖고 각자의 협상조건을 제시했다.

GM은 지난달 정부와 산업은행 측에 4가지 패키지 지원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GM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포함해 GM이 한국에 향후 10년간 28억달러 규모의 시설투자를 하는 데 산은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이달 말 만기도래하는 한국GM의 본사 차입금 5억8천만달러에 대해 미국 본사가 한국GM의 공장을 담보로 설정하는 것에 산은이 동의하는 것, 세제 감면 등을 위해 한국GM 공장 일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하는 것 등이다.

GM이 요구한 지원 규모는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와 산은은 자금 지원에 앞서 GM이 중장기 경영개선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GM과 회동을 하고 세 가지 협상카드를 내놨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을 제시했다. 완전 자본잠식상태에 이른 한국GM의 부실에 GM의 우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 주주와 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분담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산업은행 측은 먼저 실사를 진행한 뒤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21일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나 자금지원의 전제조건과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엔 재무실적 공개, 장기경영계획 제출, 차입금 금리 인하, 자본잠식 해소 방안, 산은의 감사권 행사 약속, 재무개선조치, 주주 감사 업무 수행의 실질화 방안, 주주와 신뢰관계 회복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GM 노조 측에서는 지난 20일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발표되자 정부와 사측에 3+6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GM 노조는 정부에 GM의 자본투자 및 시설투자에 대한 확약을 받아줄 것, 한국GM 특별 세무조사 실시 및 경영실태 공동조사, 산업은행과 글로벌 GM이 맺은 협의서 공개 등 세 가지를 요구했다.

회사 측에 요구한 6가지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외국인임직원 및 상무급 이상 임원 축소, 차입금 출자전환, 신차투입 로드맵 제시, 내수시장 및 수출 확대방안 제시, 미래형자동차 국내 개발 및 생산 등이다.

GM 요구안의 핵심인 차입금 출자전환에 대해 정부는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GM이 대주주로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국GM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자금지원에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조 측 또한 경영부실의 책임이 GM에 있다고 보고 고통분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경영실사에 노조가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초기 단계에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 합작법인인 경우 글로벌 사업장을 갖고 있는 대부분 업체들이 지역 로컬 쪽에 마진을 많이 남기지 않는다. 산업은행의 지분을 높여서 GM이 이익을 본사에서만 취하지 않고 한국GM의 R&D(연구개발) 투자 등으로 돌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출자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등 쟁점 사안이 존재해 민감한 부분"이라며 "호주의 사례와 같이 공장을 철강업체 등이 연합해 인수해서 전기차 생산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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