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하나금융투자가 원화 사모 파생결합증권(DLS·DLB)으로 리스크에 과도하게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이 전체 증권사 발행 잔액의 약 7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데다, 지난 2015~2016년 발행한 파생결합증권 중 3천억원 가량이 만기 15년가량의 장기물이고 환헤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하나금투의 원화 사모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지난 23일 기준 3조4천214억원이다. 전체 증권사 발행 잔액 23조3천401억원의 14.6%에 달한다.

하나금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은 지난 2015~2016년 큰 폭 증가했다. 지난 2014년 말 1조9천229억원이었던 하나금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2015년 말 2조7천745억원, 2016년 말 3조5천631억원으로 늘었다.

전체 증권사 발행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4년 말 9.8%에서 2015년 말 12.7%, 2016년 말에는 16.2%까지 올랐다.

하나금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 중 약 10%인 3천억원가량은 만기 15년짜리 장기 상품이다. 상품 성격은 신용 파생결합증권이 많았고, 외화 상품을 원화로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하나금투의 세일즈 앤드 트레이딩(sales and trading) 부문은 파생결합증권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2015년과 2016년 각각 1천45억원과 890억원의 순영업이익을 냈다.

문제는 외화 상품을 원화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환헤지가 필수적인데 만기가 길다 보니 환헤지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는 점이다. 하나금투는 이에 따라 환헤지 방식으로 1년 만기 선물환을 선택했다.

하나금투 사정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나금투가 만기가 긴 파생결합증권을 생명보험사에 주로 판매해 수수료 이익을 얻었다"며 "만기 15년인 상품을 만기 1년짜리 선물환으로 환헤지를 한 것은 비용을 줄이고 환차익도 얻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 상품을 단기로 환헤지를 한 데 따라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헤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환차손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 파생결합증권의 특성상 금리가 오르면 리스크가 커지기도 한다. 하나금투가 판매한 파생결합증권 중 일부는 신용부도스와프(CDS)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나금투는 이 상품을 자체 헤지가 아닌 백투백(Back-to-Back) 방식으로 헤지해 상품 움직임에 따른 손실은 보지 않는다.

하나금투가 이처럼 리스크가 높은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하나금투의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스크 심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같은 상품을 원금을 보장하는 구조로 판매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나금융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정기적으로 그룹 리스크 전반을 보고받는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원화 사모 파생결합증권에는 1년마다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스와프시장 상황이 크게 악화되거나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 상환할 수 있다"며 "만기 전에 상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실을 환헤지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지는 않아도 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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