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입 철강은 25%, 알루미늄에는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서명을 다음 주에 하겠다고 한다. 보호무역주의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에서는 한 미국 기업의 갑질 행태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것도 있는 것이 인지상정일 터인 데, 한국GM은 군산 공장을 철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에 외국인 투자지역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놓고 우리 정부에 국제협약과 국내법(외국인투자촉진법)을 무시하라 하고 있고, 어찌 됐든 자신들은 세금 혜택을 봐야 하겠다는 속셈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GM은 산업은행 실사 요구 사항인 장기 경영계획서도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산 공장의 비정규직 200여 명에게 한 달 뒤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문자로 보냈다. 고용을 빌미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얕은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한국GM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증자 참여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인 GM이나 책임 있는 한국GM 관계자들로부터는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책임 있는 한마디를 들어볼 순 없었다. GM의 경영 철학이 뭔지는 몰라도 상식이 결여된 행태 아닌가.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배 째라' 식의 자세로 일관하며 국민감정만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국GM의 군산 공장 철수 계획이 발표된 이후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정도다. 3대 원칙을 내세웠지만 모호하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탓에 구조조정의 원칙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원칙은 시장이 생각하는 원칙 사이에 괴리만 커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GM은 2014년 이후 4년간 적자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경영 부실 상태에서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회계장부 항목 중 대부분은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조차 안 하고 있다.

본사인 GM이 한국GM에 투자는 제대로 했는지, 한국GM은 본사 이익을 위해 고의로 적자경영을 했는지 산업계와 언론에서 제기하는 의혹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지원을 먼저 검토하는 모양새다.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구조조정 과정이 눈앞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정부가 원칙 운운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정부는 한국GM 지원과 관련해 국민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을 밝히고, 한국GM에는 부실 경영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얕잡아 보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 현지 공장이 수년간 적자경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미정부와 금융당국에선 아낌없는 지원에 나설까? 미 정부가 아닌 우리 정부에 던져 보고 싶은 질문이다.

또 현대차는 미국 정부에 조세회피처에 가까운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요청 등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지도 말이다. 정부와 채권단 모두 이 대목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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