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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규의 좌충우돌] 거꾸로 쓰는 화재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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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8.03.05  14: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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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을 맞아 수년째 요양병원에 계신 장모님을 뵙고 왔다. 수척해지시기는 했지만, 우리 가족을 침상에서나마 반갑게 맞아 주셨다. 최근 대형시설의 화재가 머리에 맴돌아 요양병원 시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노인 환자 여덟 명에 간병인 한 명, 일 층은 진료실이고 이층 이상은 입원실, 화재 시 승강기 이용 금지 문구, 비상계단 등등. 겉으로 보기에는 양호한 시설이었지만 거동하지 못하는 구십 세 노인이 화재 시 긴급 탈출하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였다.

    예년 대비 추운 겨울 탓에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화재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밀양 화재의 경우 중풍과 뇌혈관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의 특성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입원환자 비중이 높아 인명피해가 더욱 컸다. 또한, 불법 증·개축으로 연기와 불이 위층으로 순식간에 번지고, 비상 발전기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되었다고 한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엄정히 관리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단속 강화, 관련 법령 개정 등 여러 후속조치가 뒤따른다. 당연한 후속조치이기는 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대형 사고가 재발한다. 실제로 밀양과 같은 의료기관 화재는 21명이 사망한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4년 만에 재발하였다.

    화재를 완전히 막을 대책은 없다. 현대인은 사실상 손이 닿는 모든 곳에 불을 두고 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형화재의 예방이다. 비전문가가 기술적이고 세밀한 화재예방대책을 제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인구 고령화의 진전으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요양병원 또는 요양원과 같은 노령자 시설의 대형화재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고령화! 과거의 축복이 미래의 재앙이 되어 가고 있다. 병든 노인이 주로 가는 곳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요양병원은 약 1천500개, 요양원은 약 5천3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이 더 오래 살수록 요양시설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본에는 부모 간병 때문에 퇴직하는 자녀가 사회 문제가 되어 요양시설의 추가 건립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한다. 우리 경우에도 '간병 퇴직'의 급증은 아니어도 고령화의 급진전에 따른 요양시설의 확충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만큼 요양시설에 대한 화재 등 재난 예방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대형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대형화를 지양하여야 한다. 화재 예방과는 거리가 있는 제안처럼 보이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 대형화는 요양서비스의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선호한다. 수요자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부모나 가족을 시설에 모실 수 있고, 공급자도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요양시설이 대형화되어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 많아지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의 위험이 커진다.

    그 이유는 요양시설의 특성과 구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는데,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의 대부분은 화재 시 자기 발로 대피하기 어렵다. 승강기를 이용할 수도 없다. 승강기에는 '화재 시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라'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소방기준에 따라 요양시설에도 실내 계단과 비상 탈출 계단이 있다. 하지만 정상인은 몰라도 거동이 어려운 사람은 계단을 이용하여 탈출하기 어렵다.

    화재로 인한 피해 위험을 줄이려면 대규모의 요양시설은 피해야 한다. 오히려 자기 집 또는 소규모 요양시설을 이용한 간병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형화를 무작정 반대만 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간병이 필요한 노령인구는 늘어나고, 가족들은 방문하기 쉬운 도심 내의 시설을 원한다. 도심의 비싼 땅값과 임대료 때문에 대형화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

    대형의 요양시설을 허용하는 경우라도 현실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먼저 요양시설의 고층에 진료실, 저층에 입원실을 둘 필요가 있다. 이동이 어려운 사람은 저층에 있어야 재난 시 피난이 쉽다. 일부 대학의 경우에도 학생이 많은 강의실은 고층에 있고 교수 연구실은 저층에 있다고 한다. 이용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강의실과 연구실을 거꾸로 배치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관성을 버리는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맞는 피난시설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화재 시 병실의 창문을 통해 피난한 후 테라스 끝에 있는 미끄럼틀 형태의 구조장치를 이용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피난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대형 요양시설은 어느 건물보다 화재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스프링클러, 소화전, 연기 감지기, 내화 충전구조, 방화문 등 화재 예방 또는 초기 진화에 필요한 장치를 필수적으로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안전관리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요양원은 의료기관이 아니므로 요양병원과는 다른 안전관리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생로병사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늙고 병드는 것은 남의 일이 아니고 나의 일이다. 요양시설에 계신 부모와 가족을 찾아뵐 때 그들의 안전을 나의 안전으로 여겨야 하는 이유이다. 화재대책이 일회성 탁상행정이 되지 않도록 우리 각자가 '현장에 있는 답'을 제안하기를 소망해 본다. (성대규 보험개발원장/前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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