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당국이 중국 스마트폰업체 화웨이에 대한 견제를 지속하는 것은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국의 IT 산업의 경쟁력 상실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미 퀄컴 인수에 미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중국 화웨이와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퀄컴의 주주총회를 30일가량 연기하라고 명령했다.

위원회는 퀄컴에 보낸 서한에서 브로드컴과 제3의 외국 기관과의 연계 위험, 국가 안보 등을 지적했다. 다만 제3의 외국 기관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WSJ은 이를 화웨이로 추정했다.

브로드컴은 2016년 싱가포르의 아바고에 인수된 미국 기업으로 미국으로 다시 이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브로드컴과 퀄컴의 최대 고객은 중국이다. 브로드컴의 중국 매출은 홍콩을 포함해 전체의 54%를 차지하며, 퀄컴의 중국 매출도 전체의 65%에 달해 중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당국이 브로드컴의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양국 기업 간 인수나 사업 협력으로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까지 넘어갈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인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놓고 각국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은 미국보다 중국이 5G 상용화에 우위를 점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앞서 미국 당국은 화웨이가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 등과 손잡고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10을 미국에 판매하려던 시도도 차단한 바 있다.

당시 미 정보기관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해킹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화웨이와 ZTE의 제품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정책 당국자들과 미국의 산업 관계자들은 심지어 화웨이의 성장에 힘입어 중국이 미국 혁신의 근거지로 여겨지는 실리콘밸리를 대체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만약 화웨이가 통신장비 부문을 선도할 경우 미래에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CFIUS는 서한에서 브로드컴과 퀄컴의 사업 협력이 5G 표준화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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