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서울대학교 총장,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를 거쳐 '총'으로 시작하는 자리를 두루 한다는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올해 2월 초 맨해튼에서 만났다.

정 총재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커미셔너를 만나고 오는 길이라면서 뉴욕 특파원들과 자리에서 야구의 '동반성장' 이야기를 꺼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정 총재는 동반성장의 '전도사'다. 동반성장위원회를 이끌었고, 동반성장 때문에 대통령 출마를 고민한 적도 있다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스포츠계에서, 더군다나 좋은 선수 확보를 위해 '머니 게임'마저 활발한 프로에서 이 개념이 어울릴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미국에는 MLB나 프로미식축구(NFL), 프로농구(NBA)와 아이스하키리그(NHL)까지 프로 스포츠 인기가 엄청나고, 잘하는 선수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 중 가장 인기가 좋은 곳 가운데 하나는 NFL이다.들여다보면 함께 잘 사는 곳도 NFL이다.









<그래프 설명 : 2014년부터 NFL 그린베이 패커스팀의 매출 증가 추이>



NFL은 TV 중계권부터 리그 후원, 팀 로고 사용, 기념품 판매 등에서 나오는 전국 수입(national revenue)을 32개 구단이 공평하게 분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각 구단은 이와 별도인 지역 수입(local revenue)은 각자 주머니를 찬다.

각 구단은 2016년 시즌에 78억 달러에 달한 전국 수입을 공평하게 2억4천400만 달러씩 나눠 가졌다. 이는 전년보다 10%가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이다.

전국 수입은 2010년도에 30억 달러를 넘어서는 정도였다. 이런 성장세는 규모의 경제로 파이를 키워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 먹힌 결과로 풀이된다.

NFL 커미셔너 로저 구델은 2027년까지 250억 달러 도달을 공언했다.

인기가 저하 중인 NBA 등 다른 리그에서 NFL 방식을 추구하려고 하지만 구단 소유주 등의 이해관계 등으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MLB도 수입 공동 배분제도를 갖고 있지만, 팀별 빈부 격차가 상당하다.

공동 번영을 택한 결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포츠 구단 50 명단에 NFL 구단이 29개 포함됐다. MLB는 8 구단, NBA와 유럽 축구 구단이 7개씩 순위에 있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지는 어떤 스포츠 리그도 구단별 평균 영업 이익이 9천100만 달러(972억 원)로 NFL만큼 높은 곳이 없다고 평가했다.

NFL 구단들의 고른 재무건전성은 매해 다른 슈퍼볼 우승팀을 선보이면서 다양한 관중을 끌어들이는 원동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총 9개 구단이 슈퍼볼 트로피를 들었으며 어느 구단도 2회 연속 우승한 적이 없다.

한국 시리즈는 10년간 네 개 팀만 우승했고, 연속 2회, 4회 우승 기록도 있다.

정 총재의 동반성장이 구단 소유주가 주로 대기업인 한국 프로 야구계에 확산할지 궁금하다. 금융위기 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진 한국 사회에도 참고될 수 있어서다. (이종혁 특파원)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