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해 증시 호황 등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됐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전일 유상호 대표이사를 최고경영자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유 사장은 오는 22일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이 확정된다.

유 사장의 연임은 증권업계에서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는 데 성공한 데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5천244억원으로 증권업계 최대를 기록한 영향이다.

유 사장은 이번 연임으로 증권업계 최초로 11연임을 하게 됐다.

하이투자증권도 전일 이사회에서 주익수 대표이사를 차기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주 사장은 1년 연임이 확정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9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급증했다.

DGB금융지주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경영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이 DGB금융의 인수 인가를 미루고 있지만 매각 과정에서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에서 사장을 새로 내려보내기는 어렵다.

이에 앞선 지난 5일 하나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거쳐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 사장은 2016년 3월 하나금융투자 사장에 취임한 후 2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68.8% 증가한 1천463억원을 기록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채용 비리 사건과 특혜 대출 의혹,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 특진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어 조직 안정을 위해 계열사 CEO를 대부분 연임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상호 사장과 함께 증권업계 대표적인 장수 CEO로 꼽히는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도 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임기가 오는 2020년까지다. 2008년 취임했으니 12년간 교보증권을 이끌게 되는 셈이다.

2012년 대신증권 사장에 취임한 나재철 사장 역시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까지 대신증권을 이끌게 됐다.

KB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사장 연임을 확정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최 부회장은 파생상품 전문가로서 증권사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의 고속 송장을 이끌어 온 점이 승진 이유로 꼽혔다.

최 부회장은 또 꾸준한 자본확충과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국내 증권사 중 7번째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돼 초대형 투자은행(IB)을 위한 발판을 다졌다.

KB증권은 윤경은·전병조 각자 대표 체제를 연장했다. KB증권이 올해 각자대표 체제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증권사는 새로운 CEO를 맞이했다. IB 부문이 증권사 수익의 핵심으로 떠오른 데 따라 주로 IB 전문가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6일 정영채 IB부문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 대표는 2005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우리투자증권에 IB사업부를 꾸린 이래 14년째 IB사업부 대표를 맡아왔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주관 등 기업금융 전 분야에서 NH투자증권을 최상위권에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에 선임됐다.

키움증권은 이현 키움자산운용 대표를 내정했다. 이 대표는 키움증권에서 기업금융을 담당한 바 있다. 역시 키움증권이 IB부문에서 보폭을 넓히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 내정자는 삼성생명과 삼성자산운용을 거치며 쌓은 경험이 IB부문 강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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