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안목에서 GM이 만들 친환경차의 생산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전일 재개된 임단협 4차 교섭에서 "군산공장에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를 생산할 수 있는 사측의 안을 만들어야 노사가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다"며 군산공장을 앞으로 친환경차를 생산하는 시설로 활용하자는 요구안을 제시했다.
한국GM의 국내시장 철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GM이 향후 국내에서 사업을 지속하게 하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셈법이다.
GM본사는 이달 중 글로벌 생산시설에 신차배정 계획을 밝힐 예정이나, 국내 신차배정 관련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한국GM과 실사 범위와 기간, 자료 제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한국GM이 신차배정을 받지 못한다면 GM의 한국 철수설에는 기정사실화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GM의 국내 사업을 붙잡으려면 친환경차 등 미래형 차량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가 전기차 투입이 궁극적으로 GM이 한국에서 사업을 계속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글로벌 GM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는 쉐보레 볼트EV가 있다.
볼트EV는 디자인과 동력부품 개발이 부평공장에서 이뤄졌을 정도로 한국GM의 볼트EV 출시에 대한 기여도가 컸다. 볼트EV의 생산물량을 군산공장이 배정받으면 그동안 GM이 한국GM에 과도한 연구개발비 등 부담을 지웠다는 비난도 해소할 수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볼트EV의 경우 부평공장에서 디자인하고 개발에까지 참여했는데, 정작 생산을 미국에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한국GM이 친환경차 신차생산을 배정받는다고 해도 국내외 전기차시장을 감안하면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GM이 작년 상반기 출시한 볼트EV는 작년 국내에서 563대 판매됐다. 전체 내수판매 13만2천377대 가운데 0.4%, 승용차 부문 판매 9만7천88대 가운데 0.6%에 불과한 수준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친환경차 지원정책이 강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친환경차 모델을 늘리고 있고 미래 자동차 기술개발에 적극적인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전기차생산 요구는 미래산업을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군산공장을 폐쇄가 아닌 살리는 게 목표라면 친환경차 위주로 사업을 가져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생산요구는 GM의 미래먹거리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며 "현재 전기차시장이 작지만, 물량을 늘리며 성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긴 그림에서 요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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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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