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기업들의 본토 주식시장 상장이 당국의 까다로운 승인 심사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투자은행 관계자와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지난 몇 달간 IPO 신청 기업들의 실적과 공시 정보를 면밀히 조사하는 등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증감회는 IPO 심사 위원회에 승인 기업에 허위 사실이 발견될 경우 심사 위원들에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경고해 부실 심사를 사전 차단했다.

이에 따라 IPO 심사 위원회의 승인 거부는 크게 증가했다.

작년 10월 중순 이후 위원회는 IPO 신청 기업 중 42% 기업의 IPO를 거부했다.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단 13% 기업만이 승인이 거부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2016년 전체로도 IPO 승인 거부율은 7%에 그쳤다.

갑작스러운 IPO 규제 강화는 성장 기업들의 차입 수단을 억제하고 역외 대신 역내 재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디젤 연료를 생산하는 중국 용암탁월신능원(龍岩卓越新能源)은 역내 선전거래소 상장을 위해 2010년 런던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이번에 IPO 심사를 신청했지만, 위원회는 선전거래소 상장을 신청한 용암탁월의 IPO를 거부했다. 폐유 공급처와 판매처인 해외고객 등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장양 증감회 부주석은 작년 12월 한 포럼에서 IPO 심사 위원회가 심사 기간을 축소해 더 많은 양질의 기업들이 자본시장에 진입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이 현실화될지는 불분명하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IPO 심사제를 등록제로 바꿀 계획이라고 밝혀왔지만, 2015년 주식시장 폭락 이후 이러한 약속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챈슨앤코의 션 멍 디렉터는 "문제는 당국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자사의 고객 중에는 2년간 IPO 승인을 대기 중인 소프트웨어 벤더사에 투자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윈드 인포에 따르면 IPO를 대기 중인 기업은 2016년의 거의 900개에서 400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당국의 IPO 승인이 늘었기 때문이 아니라 승인 거부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인위적으로 시장의 신주 공급과 상장가를 제한하는 현 시스템이 시장을 왜곡해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올해 당국의 금융위험 규제로 IPO 심사는 더욱 강화됐다.

홍콩의 CLSA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의 주식 발행을 통한 차입은 전체 신규 차입의 5%에 불과하다. 전체 차입의 73%는 은행 대출을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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