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칼럼> 기축통화 가진 미국과 무역전쟁
<이성규 칼럼> 기축통화 가진 미국과 무역전쟁
  • 이성규 기자
  • 승인 2018.03.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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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대로 8일(현지시간) 오후 철강·알루미늄 수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한국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보복관세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빠졌지만, 단서가 붙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만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결국, 무역전쟁의 신호탄이 쏘아 올려졌다.

미국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들도 이번 미국의 보복관세 조치를 마냥 손 놓고 보고만 있진 않을 모양새다.

미국의 이웃 국가인 멕시코의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장관은 최근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 나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우리는 대응할 능력이 있고,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그들(미국)의 수출품을 겨냥하고, 정확히 그 상품을 타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가장 철강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캐나다다. 캐나다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적절한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상징적 수출품인 청바지 업체 리바이스와 오토바이 업체 할리 데이비드슨에 보복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물론 미국의 철강과 농산물도 보복관세 품목 대상이다.

중국도 미국의 관세 보복조치가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결국, 미국과 상품을 거래하는 모든 나라가 그들(미국)과 한판 무역전쟁을 벌일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선공은 미국에서 했지만, 이번 무역전쟁은 미국 역시 큰 상흔이 남을 수밖에 없음이 자명해졌다.

미국은 전 세계 수출입 결제 대금 통화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달러를 찍어내는 소위 기축통화 국가다.

미국이 마음먹고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다른 국가 통화를 달러 대비 강세로 방향을 바꿔버린다면 미국과 그 어떤 나라도 무역전쟁에서 이기기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역전쟁이 아닌 환율 전쟁에서는 미국의 완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자국 내 반대 목소리에도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밀어붙이는 이유도 미국의 히트 상품이자 막강한 파워를 가진 달러라는 뒷배가 있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달러는 지구 상에서 하루 4조 달러 넘게 거래 되는 대표적인 글로벌 통화다. 이 중 70%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거래된다. 무역과 금융거래 대금 등으로 말이다.

우리나라는 한반도 비핵화의 중대 갈림길에 서 있다. 다음 달에는 남북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외교·안보 이슈에 가려져 혹 우리 정부가 미국발 무역전쟁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지 않았는가 자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전 세계 무역전쟁에서 완패하지 않으려면 정부는 내실 있는 경제·외교 진영을 꾸려 미국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에도 관세 부과 및 수입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연합이나 중국과 같은 맞대응은 우리 산업만 피폐해지고 노동자의 고통으로만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업은 상품 경쟁력 확보와 동시에 미국에 집중된 수출 품목을 줄여나가고 다변화해 나아갈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금융당국도 외환시장과 자본 유출입에 대해 과거보다 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관리하고 모니터링해야 한다. 무역전쟁이라는 재료에 기대 투기 세력이 판을 치고 시장 가격이 왜곡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역전쟁이라는 격랑 속에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외환정책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정책금융부 부장)

s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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