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중국 A주 편입과 국제산업분류(GICS) 기준 조정으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될 전망이다.

중국 A주가 MSCI 신흥지수에 포함되면서 중국 비중이 늘고 한국에서는 자금이 유출된다. GICS 기준 조정에 따라 IT 섹터 비중이 작아지며 국내 IT 업종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도 예상됐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MSCI는 오는 5월과 8월 정기변경을 통해 중국 A주를 신흥지수에 편입한다. 오는 5월 2.5%를 포함한 후 8월 나머지 2.5%를 편입해 중국 A주 비중을 5%까지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MSCI 국가별 비중이 오는 5월까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MSCI 신흥지수 내 중국 비중은 5월 30.6%에서 30.9%로 증가한 후 8월에는 31.1%까지 높아진다.

반면 한국 비중은 오는 5월 14.4%에서 14.3%로 낮아진 후 8월 14.2%까지 하락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한국 비중이 축소되는 데 따라 MSCI 신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일부 유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주식예탁증서(ADR)가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되면서 중국 비중이 높아지고 한국 비중이 감소한 2015년 11월과 2016년 5월 사례로 살펴볼 때 한국 비중이 약 0.1%포인트 낮아지면 1천억원 가량의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주식시장 상승세와 MSCI 신흥지수 추종 펀드 자금 증가를 감안하면 이번 중국 A주의 MSCI 신흥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당시보다 2배 정도 증가할 것"이라며 "오는 5월과 8월에도 중국 A주가 MSCI 신흥지수에 편입되며 최대 2천억원가량의 외국인 순매도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GICS 기준 조정 역시 외국인 순매도를 불러올 것으로 점쳐진다. GICS는 오는 9월 정기변경을 통해 전기통신서비스 섹터를 통신서비스 섹터로 이름을 바꾸고 여기에 IT와 경기민감재 섹터에 포함됐던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텐센트, 바이두, 컴캐스트 등을 옮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IT와 경기민감재 섹터 비중이 줄어들고 통신·커뮤니케이션 업종 비중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커뮤니케이션 섹터로 옮겨가면서 이를 추종하는 자금 1천100억 달러 중 일부도 이탈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글로벌 IT 섹터에 속한 삼성전자 등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IT 섹터 추종 자금 53조원 중 26조5천억원이 이동하게 되면 GICS에 편입된 국내 IT 종목 7개에서는 6천585억원의 자금 이탈이 예상된다"며 "대규모 글로벌 자금 이동을 고려한다면 하드웨어 성향의 IT 종목보다는 새로 생기는 커뮤니케이션 섹터 종목을 미리 사들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IT 내 대장주들이 커뮤니케이션 섹터로 이동하고 'FANG'주식이 모두 편출된다는 점에서 IT 섹터 추종자금의 50%가 커뮤니케이션 업종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에서만 5천150억원 정도의 비교적 큰 자금 이탈이 나타나 코스피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MSCI의 중국 A주 신흥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는 규모가 크지 않아 코스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졌다. GICS 기준 조정은 IT 섹터 자금 이탈을 불러오겠지만, IT 섹터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IT 섹터에 남은 업종에 유입되면서 이탈을 일부 만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동영 연구원은 "MSCI의 중국 A주 신흥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최대 2천억원으로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평소 거래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다"며 "시장에 단기적으로 제한적인 영향만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GICS 기준이 조정되면 KRX 섹터지수와 코스피200 섹터지수도 함께 조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IT섹터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IT섹터에서 제외되는 종목은 매도하고, 잔존 종목은 매수하면서 IT섹터에 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SDI 등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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