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효성(신용등급 'A+')이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1년 만에 복귀한 공모사채시장에서 투자금 확보에 성공했다.

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효성은 3·5년으로 만기를 나눠 총 1천3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전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대표주관은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대신증권이 맡았다.

수요예측 결과 1천800억원어치 기관 주문이 몰렸다. 3년물의 경우 -4bp, 5년물의 경우 -30bp 등 전 트랜치에서 개별민평금리 대비 언더 발행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4787)에 따르면 효성의 전일 기준 개별민평금리는 3년물 3.172%, 5년물 3.877%였다.

효성은 지주사 전환 및 인적분할, A급 신용등급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발행환경에서도 우수한 사업지위를 바탕으로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한 것으로 분석된다.

효성은 앞서 2016년 12월 1천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끝으로 공모사채시장을 찾지 않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2015년 4천억원, 2016년 3천500억원 등 꾸준히 회사채 발행을 이어왔다.

그러나 작년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등 이슈가 겹치며 공모채 발행을 접었다.

지난달 효성은 원전 변압기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고, 검찰은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특히, 현재는 지주회사와 섬유·중공업·산업자재·화학 등 4개 부문으로 사업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분할리 이뤄지면 회사 손익이 각 사업부문의 고유업황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분할회사의 사업안정성이 저하될 수도 있다.

또 지주회사의 특성상 향후 자회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될 경우 추가출자 및 보증 등 재무적 지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분할존속회사(㈜효성)의 재무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효성은 회사채 발행을 감행해 초과수요를 확보했다. 대외 이슈가 발생했을 때 통상 공모채 발행을 보류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3조2천1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롯데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도마 위에 오르자 발행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증권신고서 등을 통해 기업의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사채가 타이어코드 등 첨단소재부문에 귀속된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효성의 스판덱스, 산업자재 부문, 에어백용 직물, 안전벨트 원사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효성의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전력차단기 등 주력 제품의 시장 지위가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공업 부문의 전력차단기와 초고압변압기, 섬유부문의 나일론원사, 화학부문의 나일론필름 등도 국내 선두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업이익도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효성은 지난 2016년 1조163억원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업황 둔화 등 요인으로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2.4%p 떨어졌지만 향후 판매가격 인상분 반영과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실적을 회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효성이 회사채 발행 시기를 잘 잡은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3월은 기업들의 주총이 몰려있는 시즌이어서 발행량이 적어지는데 적은 공급이 강세발행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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