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국민은행이 3년간 공석이었던 상임감사위원을 이달 주주총회 전까지 선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사 후보로 검토된 인물들이 모두 고사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1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감사 모실만한 자질이 된다고 생각되어 추진했던 분들이 너무 많이 고사했다"며 "당장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3일 주총 전까지 어떻게든 선임하려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2015년 1월 정병기 전 감사가 사퇴한 이후 3년 넘게 상임감사 자리가 비어있다.

국내 시중은행 중 상임감사가 없는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그간 몇 차례 감사를 선임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낙하산 인사 논란에 좌초되기를 반복했다. 내부비리, 회계업무 등 외부인에 의한 감시 기능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다 지난 연말 내부출신인 허 행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상임감사 선임 작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7월에는 '상임감사위원의 직무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등의 감사 또는 재무업무 등에 일정 기간 근무한 경력을 고려해 후보를 추천한다'는 내용의 지배구조 내부 규범(32조 2항)을 신설, 그간 계속되어 온 낙하산 인사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마쳤다.

허 행장은 지난해 11월 취임 직후 "효율적인 내부통제를 위해 상임감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며 "최대한 빠르게 선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후보로 검토된 5~6명의 인물이 모두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국민은행 측은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다양한 출신 후보들에게 의중을 타진했지만 모두 개인 사정이나 자리에 대한 부담감 등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상임감사는 사실상 특별한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억대 연봉은 물론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등 '넘버2' 대우를 받는다는 점에서 퇴직관료나 정권 실세들에게 인기 있는 자리로도 통한다.

그런데도 국민은행 감사직을 마다하는 것은 그간 논란이 많았던 자리에 오는 데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B사태의 핵심이었던 감사 자리였기 때문에 후임에 온다는 것 자체가 부담인 데다 지난 3년간 정관계에서 내려보내는 낙하산들로 홍역을 치른 뒤라 누가 오든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감사 자리 특성상 관료 출신이나 현 정부와 연관된 인물이 올 가능성이 큰데 현 분위기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이 은행을 압수 수색을 하고 인사 담당자가 구속되는 등 파장이 거세지면서 감사 선임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 특혜채용 사례가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퇴문제가 제기되는 등 KB금융 지배구조가 또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KB가 감사 후보자를 고르고 있을 여유가 없는 상태"라며 "그 어느 때보다친정부 코드인사가 필요할 때라 신중하게 적임자를 찾아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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