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김경림 기자 = 최근 미투운동으로 국내 문화계와 정치계 등 유력인사들의 과거 성추행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들은 '회식 금지령' 등을 내리며 몸을 사리고 있다.

다만,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엮일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펜스룰'의 확산이 오히려 여성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증권사는 최근 직원들에게 회식하지 말라는 구두 지시를 내렸다. 만일 불가피하게 회식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기더라도 최소한 오후 8시 전에는 끝낼 것을 주문했다.

한 직원은 "미투운동 여파 때문인지 6개월간 회식 금지령이 떨어졌다. 직원들끼리 술자리를 갖더라도 이는 사적인 술자리지 공적인 회식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오해받는 게 무서워서 일부러 여직원과 남자직원을 따로따로 앉히는 회식자리까지도 등장하고 있다"며 "업무 외의 교류는 무서워서 할 수 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증권가에서도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다만, 증권사 직원들은 지금까지 일부 나온 폭로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이제 와서 회식 금지령을 내린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선 안 그래도 증권사 등 제2금융권 여직원 중 임원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펜스룰까지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펜스룰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엮일 만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02년 미국의회 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 한데서 유래됐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2금융권의 여성 임원 비율은 4.3%에 불과하다. 전체 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도 6.9%밖에 안 된다.

전체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41.3%로 절반에 가까워졌지만, 임원과 관리자에 오르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진 게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보니 아직 여성 직원이 임원이나 관리자급의 승진 대상자 풀에 오른 경우가 많지 않다"며 "시간이 지나 지금 젊은 직원들이 관리자급이 될 때쯤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회식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사내 친목 도모와 정보 교류의 자리인데 이런 자리에 갈 기회마저 빼앗는 것은 오히려 회사에서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회식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단기적 처방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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