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일부 증권사 부동산 애널리스트들이 부동산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선행매매(Front-running) 성격의 갭(Gap) 투자 의혹을 사고 있어서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각 증권사가 앞다퉈 부동산 섹터의 신설과 투자자문을 강화하면서 모럴헤저드가 일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감독 당국은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갭 투자로 수십채씩 보유 '괴담'

증권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바탕으로 각 증권사마다 부동산 부문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갭 투자 방식으로 많게는 수십 채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갭 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매매 가격이 5억원인 주택의 전세금 시세가 4억5천만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5천만원으로 집을 사는 방식이다.

부동산 폭등기에 신설된 증권사 부동산 애널리스트들은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바이사이드의 부동산 투자전략 수립을 조언하는 한편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중 강연이나 미디어 등을 통해 유망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쪽집게'식 투자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 참가자들은 부동산 애널리스트들이 해당 부동산 물건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거나 투자했는지 금융감독 당국 차원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선행매매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 애널리스트의 경우 투자 추천 종목을 선취매했다면 선행매매를 금지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엄격하게 처벌받는다.

◇선행매매 혹은 랫트레이딩(Rat Trading)은 박멸대상

금융감독원의 금융감독용어사전에 따르면 선행매매는 증권회사가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 고객의 주문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자신 등의 이익을 위해 부당하게 이용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는 금융투자상품의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수 또는 매도 주문을 받거나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경우 고객의 주문을 체결하기 전에 자기의 계산으로 매수 또는 매도하면 안된다. 직계가족 등 제3자에게 매수 또는 매도를 권유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이 경우 결국 고객의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어서다.

중국은 선행매매에 대해 공안이 직접 단속에 나서는 등 더 가혹하게 대처한다. 한자문화권인 중국은 선행매매를 '라오슈창(老鼠倉·쥐거래)'이라 일컫고 영문으로 `랫 트레이딩'이라 표기한다. 쥐가 우리의 재산을 축내는 박멸대상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작명이다.

◇주식과 같은 잣대라면…

주식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담당하는 섹터의 회사 종목을 매매할 수 없고 증권사 고유 자산을 운용하는 프랍트레이더들도 당국의 현미경식 감독을 받고 있다. 감독당국은 문제의 소지가 드러날 경우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직계 가족의 주식 소유 현황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12일 미래에셋자산운용 임직원 8명이 가족이나 친구, 지인 등 타인 명의 계좌로 몰래 주식 투자에 나섰다는 이유로 정직, 감봉, 견책 등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금감원은 올해들어서만 KTB투자증권, 부국증권, 유진투자증권, 베스타스자산운용, 제이피에셋자산운용 등 5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과태료 부과 등의 제재를 가했다.

주식의 경우 감독 당국이 얼마나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부동산도 같은 잣대로 동향을 파악하면 엄청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금투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전직 대통령 가운데 한명도 직위를 이용해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주도 강정마을 등의 대규모 부동산을 차명으로 취득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선행매매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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