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금융위원회가 그동안 폐쇄적이던 부동산 신탁업에 대한 빗장을 열 방침인 가운데 신규 진입을 대하는 부동산 신탁사의 반응이 제각각이다.

신규 진입 주체로 거론되는 초대형투자은행(IB)들이 비차입형 신탁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인데 비차입형에 주력하는 중소 부동산 신탁사와 달리 차입형 토지신탁을 위주로 하는 대형 신탁사는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이달 중으로 부동산 신탁업 신규 진입을 허용하는 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연세대에서 열린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현장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신탁업은 오랫동안 개수가 제한돼 있고 그에 비해 이익률은 높다 보니 회사가 더 늘어나도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신탁업은 자기자본을 동원, 사업비를 내고 향후 분양 수익을 얻는 차입형 신탁과 담보·관리·처분·분양관리 등을 맡는 비차입형 신탁으로 나뉜다.

차입형 신탁 호황에 힘입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자본대비이익률(ROE)이 높아 관심을 보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지금도 대형 은행들이 지분 참여로 신탁업에 나서고 있지만 권한 행사가 제한되는 만큼 100% 출자 자회사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려는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신규 진입한 초대형IB들이 비차입형 신탁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위험이 큰 차입형 신탁업에 나서기에는 신규 업체들에 전문 인력이나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업체들이 차입형 신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진입하려는지 재건축 관리대행업에 나서겠다는 건지 불확실하지만 처음부터 차입형 신탁업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다. 형태는 비차입형, 관리형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비차입형 신탁업에 나서고 있는 기존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비차입형 부동산신탁은 중소형 신탁사의 주력 업무영역이기도 하다.

한 부동산 전업신탁사 관계자는 "비차입형은 워낙 경쟁이 치열한데 부동산 개발 경기가 비우호적이고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차입형 신탁업 위주인 대형사들도 업계 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절박하지는 않은 분위기다. 그동안 쌓인 업력에 자신감도 있어서다.

다른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유출,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면서도 "신규 신탁업체가 생기면 시장이 커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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