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고, 주변 곳곳에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샘솟는다.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에서도 3월부터 로스쿨이나 연수원을 수료하고 변호사로서 처음 출발하는 새내기 변호사들이 입사했고, 조만간 법무관 출신 변호사들도 입사가 예정돼 있다. 여느 조직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맞아들인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주는 힘이 있다. 특히 새내기 변호사들의 의욕, 기대, 혹은 걱정이 섞인 눈빛을 보다 보면 나 스스로 변호사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열정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때의 열정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필자는 수년간 변호사 채용을 담당해 왔다. 채용을 맡은 변호사의 역할 중에는 회사 입장에서 훌륭한 자질을 갖춘 예비 변호사들을 발굴하고 회사의 특징이나 장점을 소개해 예비 변호사들이 입사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필자가 일하는 로펌과 같이 입사 시점에 자신이 일할 팀을 선택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는 입사가 확정된 예비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입사 후 자신이 일하게 될 팀을 선택하는 데 있어 필요한 조언을 하는 것도 채용 담당 변호사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이다.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입사 예정자들의 팀배정 업무에 집중하면서, 많은 입사 예정자들을 만나 필자가 일하는 M&A팀을 소개하고 후배들이 M&A팀을 선택함에서 고려할 점들을 조언해 왔다.

그 과정에서 많은 후배가 좋은 M&A 변호사가 되기 위해 어떠한 자질을 갖춰야 하는지, M&A팀에 들어가기 위해 어떤 공부를 미리 해두면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다.

로펌 조직이 대형화되면서 전사적인 시스템을 통한 교육과 육성의 중요성이 나날이 강조되고 있지만, 필자는 그럼에도 여전히 변호사는 직접적인 업무처리 과정에서 선배변호사의 개별적인 지도(소위 도제식 교육)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특히 M&A와 같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거래 당사자들이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해 가고, 그 준비나 이행과정에서도 아주 세부적인 실무까지 그 의미와 목적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M&A 변호사로서의 업무가 다른 로펌 업무에 비해 두드러진 점을 꼽아본다. 무엇보다 역동성과 변동성이 아닐까 싶다.

M&A 시장의 흐름이 경제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동하고 새로운 M&A 기법이 도입되는 것 같은 거시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경제적 실체로서 살아 움직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M&A의 특성상 개별 기업의 사업내용이나 특성에 따라 거래구조나 내용이 현격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거래 당사자들이 가지는 이해관계나 거래의 목적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거래구조의 수립 단계에서부터 그 종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법률이슈도 거래마다 새로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M&A에 참여하는 각각의 변호사의 역할 역시 (적어도 10년 이상) 연차에 따라 계속 변하게 되니 사실 M&A 변호사의 업무는 늘 새로운 도전과도 같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M&A 변호사를 꿈꾸는 후배 변호사들에게 도전의식과 지적 호기심을 가장 강조한다. 물론 로펌에 입사하려는 사람에게 도전의식이나 지적 호기심이 없지는 않겠지만, 일하면서 거의 매번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해야 하고, 업무 전반에 익숙해지는 데에도 다른 영역에 비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도전의식과 지적 호기심이 강하지 않을 경우 자칫 보람과 즐거움보다는 고통과 괴로움이 변호사 개인의 삶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팀워크 정신과 리더십 역시 빠뜨릴 수 없다. M&A 거래에는 법률 자문사뿐 아니라 세무, 회계, 재무 자문사들이 참여하게 되고, 법률 자문사 내에서도 대상 기업이나 거래와 관련된 다양한 전문 영역의 변호사들이 다수 참여하게 된다. 아무리 뛰어난 M&A 변호사도 혼자 혹은 소수의 힘만으로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는 없고,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은 불가피하다. 이런 의미에서 M&A 변호사는 하나의 팀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며, 또 그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특히 M&A 변호사는 자신이 속한 로펌 내에서 해당 거래에 관여하는 다른 전문 변호사들을 (설령 그들이 자신보다 선배라고 하더라도) 이끌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최적의 솔루션을 조율해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외부 자문사들에 대해서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리더십의 필요성도 이유에서다.

마지막으로 성실성과 꼼꼼함도 중요하다. 이는 모든 변호사에게 필수 덕목이지만, 아무래도 M&A 업무는 그 절대량, 난이도 측면에서나 일정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변호사의 성실한 자세, 즉 일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보다 요구한다. 또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계약서 문구나 서류라 하더라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거래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아주 지엽적인 실수 하나 때문에 고객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M&A 업무에서는 꼼꼼하고 세심한 접근이 정말이지 중요하다.

필자는 올해에도 내년 입사 예정자들을 만나 팀 선택에 관한 조언을 해줄 것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열정을 가진 후배들을 만나는 건 변호사로서 가장 큰 보람 중 하나이지만, 후배들의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데 조언을 한다는 게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올해도 많은 후배에게 좋은 M&A 변호사가 되기 위한 자질에 관해 말하면서, 필자 스스로에게도 계속 되물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좋은 M&A 변호사인가, 그리고 나는 M&A 변호사로서 즐겁게 살고 있는가. (법무법인 광장 이승환 변호사)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