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경제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투자자들과 분석가들은 과거처럼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45%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08년 미국 경제가 후퇴하면서 기록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 분석가들은 현재 부채비율이 과거 2008년 및 2001년과 비슷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경제여건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WSJ은 "지금은 경제성장세가 뚜렷하고 기업들이 감세 혜택을 입는 동시에 자금조달 비용이 여전히 역사적인 기준으로 낮다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초래하지 않고도 계속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오늘날의 신용여건은 금융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미국 은행들의 자본완충 규모가 과거보다 커진 영향으로 과거보다 훨씬 탄탄해졌다"며 올해 미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2.7% 성장하고 회사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도 연초의 3.2%에서 올해 말 2.2%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이는 부분적으로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 정부의 규제가 엄격해졌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투자자들이 기꺼이 채권을 사들이려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회사채 비율이 증가하더라도 그만큼 이 문제를 시장에서 다룰 능력이 생겼다는 의미라고 WSJ은 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등록된 프라이머리 딜러(PD) 은행들이 보유한 회사채 규모는 지난 2008년 1월 2천790억달러에 이르렀지만, 지난달에는 240억달러에 불과했다. 그만큼 미국 회사채가 소수의 은행에 집중돼 있지 않다는 뜻이다.

한편으론 과거보다 회사채 금리가 낮아진 점도 우려를 가라앉히는 부분이다.

미국 회사채의 기준점이 되는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지난 2007년 평균 4.63%였지만 지금은 2.94%에 그친다. 미국 국채와 회사채 간 신용 스프레드(금리 격차)도 수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오펜하이머펀드의 피터 스트르잘코스키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많은 기업이 만기가 길고 이자율이 낮은 채권으로 이득을 봤다"며 "이 같은 방식으로 기업들은 당장 빚을 갚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