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최 원장은 이날 오후 2시 반께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 임원들을 불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나흘 만이며, 취임 6개월 만에 자리를 내놓은 역대 원장 중 최단 기간 사임이다.
최 원장은 하나지주 사장 재직 시절이던 2013년 연세대 71학번 대학 동기로부터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에 지원한 친구 아들의 이름을 인사담당 임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원장은 "친구의 부탁을 받고 추천한 것은 당시 관행일 뿐 성적 조작이나 압력을 넣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채용이라고 볼 수 없다"며 결백을 주장해 왔다.
또 특별감사단을 구성하고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 규명에 나서겠다며 "조사 결과 책임질 사안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까지 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특별검사단을 꾸린 것이 자칫 '셀프 조사'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임을 결정하신 것으로 보인다"며 "하나은행에 대해 더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최 원장이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되지 않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적 조작이나 압력을 넣지 않았더라도 지인의 자녀를 채용담당자에게 추천한 사실만으로도 금융감독 수장으로서 자격 논란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우리은행 채용비리가 불거진 지 16일 만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를 결정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장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데 청와대 의중이 작용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원장 관련 논란을 살펴보고 있거나 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관련 수석실에서 살펴보고 있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청와대 관련 수석실에서도 이번 사안을 살펴보는 등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최 원장에서 사퇴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한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며 "이미 사표도 수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이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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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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