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이현정 기자 = 채용비리 연루 의혹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낙마하면서 하나금융지주를 향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 지 하루만인 13일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특별검사단을 꾸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에 대한 특별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은 일단 내달 2일까지 조사를 할 예정이지만, 투입되는 조사인력과 조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채용비리의 단서가 발견될 때까지 탈탈 털어 내겠다는 강경한 입장인 셈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은 최 원장이 실제 채용비리에 연루됐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을 향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도발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내부 정보를 흘려 금융당국 전체의 신뢰와 권위를 송두리째 흔들었다는 것이다.

최종구 위원장이 "하나은행 내부가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하나은행 경영진도 이런 것이 제보된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하는 게 일반적인 추론이다"고 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최 위원장이 이번 조사를 통해 금융감독 기관의 권위를 세우겠다고 강도 높게 목소리를 낸 것은 현재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 특별검사단의 이번 조사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고강도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감원이 주목하는 것은 하나금융이 이전 채용비리 실태조사에서 2015년 이전 채용 관련 자료는 모두 삭제됐다고 주장하면서 2015∼2017년 자료만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 원장이 하나금융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했다는 2013년 당시 자료의 출처는 어딘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겠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 원장이 연루된 2013년뿐 아니라 그 전후 기간에 대해서도 폭넓게 채용 과정 전반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의 주장과는 달리 관련 자료들이 존재할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최 원장의 발목을 잡은 만큼 당시 임원들도 상당수 연루돼 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당시 하나금융의 수장은 김정태 회장이었다.

물론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조사가 최 원장의 낙마에 대한 보복 조치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결국 조사의 칼끝은 하나금융 최고위 경영진을 향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에 대한 비판이 많고, 금융당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하나금융에 대한 철저한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점은 이번 조사에 힘을 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김 회장이 채용비리 문제를 최 원장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반격 카드로 썼다면 가만히 두면 안 된다"면서 "발본색원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최 원장의 채용비리도 결국 김 회장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며 "채용비리 사례가 대거 적발됐음에도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점을 고려해 김 회장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장을 잃은 금감원이 이번 조사를 벼르고 있을 것"이라며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에 김정태 회장과 하나금융이 견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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