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법원이 신탁재산에 대한 신탁회사의 관리의무를 강화하는 판결을 내려 주목된다.

앞서 대법원은 신탁목적물의 공매 유찰로 부동산담보신탁의 우선수익자인 은행이 이를 취득한 사건에 대해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는 신탁사라는 판결을 내려 이목을 끌었다.

이는 신탁재산을 처분할 경우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위탁자라고 봤던 기존의 입장을 변경한 셈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간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등으로 발생한 이익과 비용은 최종적으로 위탁자에게 귀속되므로, 원칙적으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위탁자라고 봤다.

위탁자 이외에 우선수익자가 지정된 타익신탁의 경우에만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수익자'로 봐야한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그간 사업 시행자와 금융기관은 물론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신탁의 역할을 날로 확대돼왔다.

그러나 토지, 건물 등의 신탁재산의 재산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된 가운데서도, 실질적 관리·처분권은 대부분 위탁자가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과세당국이 위탁자 또는 우선수익자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와 재산세를 부과해 온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재산세의 경우에도 수탁자 명의로 등기·등록된 신탁재산에 대해 '위탁자'가 재산세납부 의무자로 규정됐다. 그러나 지난 2014년 1월 지방세법이 개정된 이후 '실질과세의 원칙'의 관점에서 납세의무자는 '수탁자'로 변경됐다.

대법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부가가치세는 실질적 소득이 아닌 거래의 외형에 대해 부과하는 거래세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실질과세의 원칙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향후 신탁업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탁재산 매각 등이 이루어진 경우 거래 주체는 수탁자임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향후 부동산개발사업시행자와 신탁회사, 금융기관은 부동산개발신탁 등에서 수탁자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를 고려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신탁 및 대출업무 등을 수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 신탁회사는 신탁재산의 대외적 소유자로서 신탁재산에 관한 취득세, 재산세, 부가가치세 뿐 아니라 신탁재산의 실질적인 관리에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간 신탁회사가 부동산 등에 관해 신탁계약을 체결할 때는 신탁재산에 관한 각종 조세는 물론 신탁재산의 관리책임까지도 위탁자 부담으로 약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신탁재산을 둘러싼 각종 조세에 관한 법원, 과세당국의 시각이 변경된 점이 반영돼야 한다. 신탁업체들이 신탁재산의 소유자로 등기돼 있는 한, 관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위탁자의 부도 등으로 신탁재산 관리가 소홀해질 경우 책임은 결국 등기 상의 소유자인 신탁사에 귀결될 수밖에 없다. 수탁자의 면책에 관한 사항이 신탁원부에 기재돼 있더라도 관할 행정청 또는 제3자는 신탁재산에 관한 제반 관리책임을 신탁사에 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무법인 충정 이상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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