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글로벌 펀드운용사 두 곳의 경영진을 인용해 중국 시장 당국이 구두로 이같이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역내 금융 시장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하는 동시에 여전히 해외로의 자본유출을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이 2016년 중순 글로벌 운용사들의 사모 펀드 설립을 승인한 이후 현재 블랙록, 맨그룹, UBS, 슈로더 등 11개의 글로벌 투자 회사들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관련 사업 승인을 받았다.
과거에는 이러한 회사들은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독자적으로 역내에서 사모 펀드를 출시해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작년 1월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은 해외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한 사모 펀드를 출시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현 규정에 따르면 외국계 운용사가 관리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펀드에 최소 100만 위안(약 1억7천만 원)을 투자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회사의 한 고위 경영진은 "역내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만 팔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홍콩을 포함해 역외에 투자하는 상품 판매는 안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의 판매 대표는 자사가 새로이 출시한 세 개의 펀드 어느 것도 해외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증권 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기본적으로 앞으로 2~3년간은 중국 밖에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중요한 것은 당국이 우리의 모든 상품을 승인해야(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트-벤 어드바이저스의 이반 쉬 리서치 디렉터는 "역외에 투자하는 상품 출시를 비공식적으로 금지한 것은 당국이 여전히 역내 시장 보호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동시에 "외국계 펀드운용사에게는 중국 내에서의 사업 개발에 주안점을 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운용사들은 이러한 규제로 현지 운용사보다 우위에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중국 사업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외국계 운용사의 판매 대표는 "로드쇼를 할 때마다 부유한 중국 투자자들은 글로벌 시장에 투자할 때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지를 항상 묻곤 한다"라며 "그들이 A주 시장에만 투자할 수 있다면 현지 운용사보다 외국계 운용사인 우리를 왜 찾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중국 현지의 은행, 증권사, 보험사, 신탁업체, 뮤추얼펀드 등은 적격역내기관투자자(QDII)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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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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