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부동산 시장이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 서울의 중심 강남에서 올해 처음으로 분양 물량이 나오기 때문이다. 16일 분양에 나서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올해 부동산 시장의 향배를 결정지을 뿐 아니라 정부의 규제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는지, 시중의 유동성은 아직도 풍부한지, 부동산 매수심리는 아직 살아있는지 등 많은 부분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개포주공 8단지(공무원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이 아파트는 애초 지난주 모집공고를 내고 모델하우스를 열 계획이었으나, 강남구청의 분양 승인을 받지 못해 일정을 미뤘다고 한다. 인근 시세보다 3억~4억원 가량 싼 분양가가 예상되며 당첨만 되면 대박이라는 '로또 아파트' 논란이 있었고, 이에 따른 청약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구청이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과천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 분양에서 나타났듯이 자금능력 부족과 부적격자 당첨 등으로 인해 나오는 대규모 미계약 물량에 대한 부담도 분양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주말 여는 모델하우스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인지, 다음주 나오는 청약경쟁률은 어떨 것인지에 따라 강남 부동산 시장은 물론, 서울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도 청약과열이 빚어지며 이른바 로또 아파트가 양산된다면 다시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음 달 예정된 염리3구역(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도 인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분양할 것으로 예상되고, 서초 우성 1차 재건축과 반포동의 삼호가든 3차 재건축 등 상반기 내 분양이 예정된 단지들도 로또 아파트 대열에 합류한다면 잠시 주춤하나 했던 서울과 강남 부동산가격 급등세가 또다시 나타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관계 당국에서 대출규제와 청약자격 제한 등 다각도의 규제정책을 내놨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다. 특히 분양가를 억눌러서 인근 시세와 격차를 만들어 분양시장이 달아오르는 현 상태에 대한 진단과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는 게 시급해 보인다. 현금부자들이 대출규제의 반사이득을 챙겨 로또 아파트를 가져갈 확률이 높아지고 있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취지에 과연 맞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로또 아파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9월 신반포 센트럴자이 분양 당시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똑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데 정부가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이왕 시작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효과를 내려면 마지막 빠져나갈 구멍까지 다 막아야 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규제의 칼을 꺼내 든 이상 계속적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방관해선 안 될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장관이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분양시장에서 계속 터져 나올 '로또 아파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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