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작년 3월 이후 1년 만에 실시되는 국고채 50년물 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흥행 여부에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15일 국고채 50년물 3천억 원어치를 경쟁입찰(단일가 낙찰) 방식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 참가자들은 전일 김용진 기재부 제2차관이 국채시장 발전 포럼에 참석해 '발행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언급한 데 주목하고 있다.

김 차관은 "(조사 결과) 수요는 조건과 전제에 따라 다양하게 나왔다"며 "저희 판단에는 정부가 적절한 부담하에 발행할 수 있는 물량을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수요 조사를 통해 파악된 예상 입찰 수요가 이번 국고채 50년물 입찰의 흥행 여부를 가늠하는 데 있어 핵심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 차관의 발언에 대해 "(예상 입찰 수요가 발행 목표치인 3천억 원을) 다소 넘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기재부의 다른 관계자는 "입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다만 이전보다 금리 레벨이나 원화 채권의 매력도 등 주변 여건이 좋아진 측면은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자신 있게 입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급상으로 3천억 원 정도 물량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생보사 관계자는 "수요 조사 결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자 정부가 자신감을 느끼게 된 것 같다"며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20년물을 밑도니, 50년물을 30년물과 같거나 낮은 금리 수준으로 발행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일 국고채 20년물 금리는 2.770%, 30년물 금리는 2.749%, 50년물 금리는 2.750%를 각각 나타냈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해 듀레이션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며 "국민연금 등 다른 장기투자기관도 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만큼 물량 소화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기본적인 수요는 있지만 정부가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고집하면 이번 국고채 50년물 입찰이 흥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생보사 관계자는 "듀레이션 압박이 심한 일부 기관이 30년물보다 낮은 금리 레벨로 50년물 입찰에 참여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다수 기관은 적어도 50년물 금리가 30년물보다는 낮지 않은 수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소속된 기관은) 듀레이션 압박이 심하지 않은 만큼 50년물 금리가 30년물보다 높아야 (입찰에) 들어갈 것"이라며 "50년물을 한번 발행하고 마는 것은 아닌 만큼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고려해) 나중에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작년 3월 실시한 국고채 50년물 경쟁입찰에선 2천190억 원이 가중평균금리 2.225%에 낙찰됐다.

정부는 애초 3천억 원을 발행 목표로 삼았지만, 수요 부진으로 발행 규모가 축소됐다.

이와 관련해 장내에선 국고채 50년물 흥행 부진은 향후 금리 상승을 예상한 보험사들의 실수요 미달에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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