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소매판매 부진에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으로 유로화가 약해져 혼조세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14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6.25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6.58엔보다 0.33엔(0.31%)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2369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386달러보다 0.0017달러(0.13%) 하락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1.43엔을 기록해, 전장 가격인 132.01엔보다 0.58엔(0.44%) 낮아졌다.

달러화는 소매판매 부진과 무역전쟁 우려로 엔화에 내렸다.

전일 달러화는 갑작스러운 미국의 국무장관 교체와 예상에 부합한 2월 소비자물가 발표로 엔화에 대한 오름폭을 줄이고, 유로화에 반락했다.

무역전쟁 우려는 지속해서 달러에 부담 줬다.

전일 늦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술·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한 최대 600억 달러(약 63조9천억원)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또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이 미국 관세 부과에서 면제를 받기 위한 협상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보호무역주의가 유럽 경기 낙관론을 훼손하고,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키웠다.

유로화는 드라기 ECB 총재의 물가 발언으로 달러화에 내렸다.

드라기 총재는 ECB 기자회견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종료되려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향해 분명히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FX스트레지는 "드라기 총재는 물가가 올바른 경로에 있다고 말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ECB 위원들이 명백한 개입 조치를 고려하지는 않지만 1.2500달러 아래에서 유로화 상승을 늦추려는 부드러운 시도가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지는 미국과 유럽의 금리 차가 확대 때문에 유로화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낮아져야 한다며 하지만 백악관의 혼란스러운 정책과 미 물가 지표의 침묵, 새해 들어 미 성장세 주춤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성향에 관해 의문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물가상승 압력의 고조를 뒷받침할 만한 게 없었다.

미 상무부는 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3% 증가였다.

소매판매는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석 달 연속 줄었다.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말 세제개편이 통과되면서 세금납부액이 줄었기 때문에 지난달의 소비 감소는 예상 밖 결과라고 설명했다.

소비가 주로 감소한 부분은 자동차와 휘발유였다.

자동차를 제외한 2월 소매판매는 0.2%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4%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CIBC 이코노믹스의 로이스 멘데스 경제학자는 "올해 초는 미국 소매업자들에게 싸늘한 시작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네일 듀타는 "세금 환급이 늦어지는 것이 지출에 부담을 줬을 수 있다"며 "탄탄한 소득 증가와 세금납부액 감소, 저축률 상승 등의 밝은 여건은 소비자가 장래에 지갑을 열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2월 미국의 생산자물가가 소폭 올라, 물가가 완만하게 오르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상무부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2%(계절조정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0.1% 상승이었다.

2월 PPI는 전년비 2.8% 상승했다. 이는 최근 고점 3.1%보다 낮다.

1월 미국의 기업재고가 시장 예상대로 늘었다.

미 상무부는 1월 기업재고가 0.6%(계절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도 0.6% 증가였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오전에 무역전쟁 우려로 반락했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낙폭이 신임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 래리 커들로 CNBC 선임 경제평론가가 내정됐다는 소식으로 줄어들자 엔화에 낙폭을 줄였다.

유로화도 달러화에 낙폭을 축소했다.

커들로는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정통 보수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를 둘러싼 마찰로 게리 콘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차기 NEC 위원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컸다.

또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가늠자로 여겨졌던 펜실베이니아 주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은 것도 관심을 끌었다.

선거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뒷받침했던 이른바 쇠락한 공업지대였다.

다만 민주당 후보가 641표(0.2%포인트) 앞선 데다 부재자 투표 약 3천900장이 개표되지 않아, 결과가 뒤집힐 여지는 남아있다.

전략가들은 최근 물가 지표가 확인되면서 물가상승 압력 가중에 따른 연준의 네 차례 금리 인상 기대가 누그러졌다고 진단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올해 네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31% 반영했다. 한 달 전에는 24%였지만 전일에는 34%까지 올랐다.

웰스파고 증권의 에릭 넬슨 전략가는 "사람들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 점진적일 것이라는 점에 편안해 한다"며 다만 "연준이 (FOMC에서) 좀 더 매파적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HiFX의 비아쉬 스리문투 트레이더는 "워싱턴은 또다시 틸러슨 장관의 축출로 혼돈의 중심지가 됐다"며 달러는 이날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ING의 크리스 터너 헤드는 달러가 위험한 내림세를 보일 위험이 있다며 이는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을 시장이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터너는 올해 초에 세계 경기 개선과 다른 나라의 경제 성장 등의 좋은 이유로 달러가 약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 미 국채 수익률은 재정적자를 키울 과도한 재정 지출에 대한 두려움 등 나쁜 이유로 오른다고 설명했다.

터너는 이런 시나리오에서 모든 미국 자산은 가격이 내려간다며 달러-엔이 연말 100엔으로 내릴 것이지만 공포가 더 커진다면 90엔도 가능하고, 이는 2019년에 더 가능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3개월 유로달러 선물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다음주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이 50bp에 달할 여지가 11%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들은 다음 주 50bp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렌버그 캐피털 마켓츠의 미키 레비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이) 공격적으로 돌아설 이유가 없다"며 큰 폭의 금리 인상은 증시와 채권시장을 놀라게 할 뿐 아니라 경제 성장 동력에도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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