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을 자초했다.

또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대한 육성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임원에 대한 성과보수 체계 역시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부터 KB·신한·하나금융 등 9개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배구조 운영실태 점검결과를 15일 발표했다.

NH농협·메리츠·JB금융 등 3개사에 대해서는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현장점검도 했다.

검사 결과 형식적으로 지배구조법상 요건은 갖추고 있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과거에 금감원이 지적했던 지배구조 취약 사안이 상당 부분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금융지주 이사회는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경영진의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업무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지주사의 각종 위원회 직책을 겸직하고 있어 독립적인 감사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사 결과 9개 금융지주 감사위원 30명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 지주사의 각종 위원회 직책 79개를 함께 맡고 있었다. 1인당 평균 겸직 수는 2.6개다.

또 지주사들은 사외이사에게 경영정보 등을 분기당 약 1회 제공하지만, 경영전략이나 위험관리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빠져있었다.

이사회 지원을 위해 별도의 사무국을 운영하지 않고 경영지원부서 소속 일부 직원이 이사회 일정·안건관리 등을 담당하는 지주사도 있었다.

사외이사들도 자신의 권한을 행사하는데 소극적이라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최근 2년간 직무수행에 필요한 외부자문을 요청한 이사회가 거의 없고, 사외이사들도 중요 경영현안 관련 자료나 자문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사외이사 선임 및 평가절차에서도 문제점을 발견했다.

최근 KB·하나금융 등 일부 금융지주회사들이 CEO가 사추위에 참여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으나 여전히 사외이사 후보군 추천 시 주주와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지 않거나, 활용하더라도 비중이 미미했다.

사외이사 임기 만료 시 금융지주 관계자들의 자체 평가결과를 토대로 연임 여부를 결정하지만, 거의 모든 사외이사에게 최고점수를 부여하는 관대한 평가로 변별력이 거의 없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또 경영승계계획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최고경영자 후보군에 대한 육성프로그램이 없거나 일반 경영진 육성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었다.

글로벌 금융회사는 오랜 검증 기간을 거쳐 차기 CEO를 뽑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평균적으로 임기만료 40일 전에 CEO 선출 작업을 시작, 현 회장에 대한 견제 부족으로 사실상 셀프 연임이 가능한 구조라고 봤다.

성과보수 체계 역시 재무제표 오류나 회계오류 등이 발생한 경우 기지급 성과보수에 대한 구체적인 환수조건, 절차 등 조정 규정이 미흡해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점검결과 발견된 문제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한편 나머지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점검 실시 예정"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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