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경기가 과열이라는 증거가 없다"

3월 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 의회에서 경기 낙관론을 폈지만, 과열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발표된 2월 비농업부문 고용 지표는 위험자산인 뉴욕증시에 환상적인 강세 명분을 제공했다. 3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지만,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2.6%로 3%에 육박할 수 있다는 기대에 못 미쳤다.

파월의 말 대로 경기는 너무 좋은 상태다. 단 두 달 뿐이지만 새해 들어 월평균 새 일자리가 28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18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고용시장이 어느 정도로 좋은지 보여주는 사례로, 20년간 교도소에서 복역 후 출소한 43세 남자가 얼마 있지 않아 트럭 운전사로 일하기 시작했다는 사연을 소개했다.

미 경제 주체들의 낙관론은 이미 역대 수준을 넘어섰다. 최근 미 소기업 경영자의 경기 낙관지수가 35년래 최고치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소기업은 미 전체 고용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대기업 경영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37명을 상대로 시행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설문조사 결과, 경영 낙관지수가 15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래프 설명 : 1986년부터 미국 소기업 낙관지수 추이. 출처 : NFIB>



낙관론에 대한 경계론도조심스럽게 등장하고 있다.1980년대나 2000년대에 최근 수준의 소기업 낙관도가 나타났던 때,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미 GDP는 2.5%에 그쳤다. 그나마2분기 연속 3% 달성 후에 뒷걸음친 것이다.

대부분 기업의 경영자들은달떴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단행된 세제개편과 정부 지출 확대라는 영양제 주사를 두 대 연속 맞은 결과다. 기업 경영자뿐 아니라 가계의 소비 심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가 심리의 문제'라는 점을 잘 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친성장정책 행보를 이어간 덕분이다.







<그래프 설명 : 1970년부터 미국 GDP 추이.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은>



모든 정책은 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른 목표를 희생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 off) 관계에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치적 포석도 당장은 경기 우호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위험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무역 상대국뿐 아니라 같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상당하다. 당분간 핵심 지지층만을 고려한 트럼프의 이런 정책은 수정되기어렵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분석이다.11월 중간선거를 발판으로, 2020년 재선을 목표로 하는 노림수가 있어서다.

현재 미국 정치 구도는 공화와 민주라는 전통적인 양당의 대결로 보면 길을 잃기에 십상이다. 미국의 현재 정치구도는 세계화 지지층과 쇠락한 산업단지의 '잊혀진사람들(the forgotten people)' 사이의 대결이다. 잊혀진 사람들은 세계화의 조류 탓에 난파했다는 좌절감과 분노를안고 산다. 2016년도에 잊힌 사람들이 집결했고, 트럼프를 백악관에 입성시켰다.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였다.

경기 호조가 영원할수 없다는 점은 모두가 안다. 2019년 중반쯤 급격한 경기 하강이 예상된다는주장이 월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달뜬 낙관론이 언제쯤 가라앉을까. (이종혁 특파원)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