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지금 정부는 최근의 집값 급등이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택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로 인정하고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주택가격에 심각한 버블(거품)이 낀 나라가 아닙니다."





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사진)는 15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강조했다. 틈나는 대로 발로 뛰며 직접 시장 조사를 하는 그는 최근 주택시장이 과열이라면서도 소득 대비로 보면 심각한 버블이 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울은 주택공급이 아직 부족하고 인구수 감소보다는 가구 유형의 변화를 더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주택시장은 과거에 진행된 각종 완화 정책으로 지금에야 큰 파도를 맞았다고 홍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그는 완성 기간을 의미하는 리드타임(lead time)이라는 용어를 꺼내며 성급히 대응하다가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부작용을 줄이려면 정부가 주택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라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택시장에 대해 언급을 하면 할수록 외부 비판이 쌓이고 있지만, 그는 학자로서 소신을 분명히 했다. 전임 정부에서 국민연금을 박차고 나온 그때와 마찬가지다.

홍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은행 자본시장본부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을 거쳐 현재 키움증권에 몸을 담고 있다.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는 그는 환율의 미래, 인구와 투자의 미래 등 저서를 발간했다. 재작년에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다음은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나. 우선순위와 비중으로 따진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이다. 주택은 발주에서 공급(혹은 입주)까지의 시차가 긴, 다시 말해 리드타임이 긴 상품이다. 따라서 주기적인 공급과잉(및 공급부족)이 반복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 결과 경제 전체의 순환을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신 주택경기순환은 대략 15~20년 정도의 장기를 형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요인은 수요다. 인구변화나 (특히 국제) 인구이동, 금리변화, 소득 증감 등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 요인은 정부가 어느 정도 평활화를 시킬 수 있기에 공급이 미치는 영향에 비해서는 작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수요가 급격히 치솟을 때 금리를 인상하거나 거래세(및 매매차익과세) 등을 인상해 수요를 잡는 방식이다.

-- 집값을 결정하는 요인 중에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있는가. 혹은 우리나라에서 일부 요인이 주택가격 결정에 비중이 높게 차지하는 특수적인 지역이 있을지.

▲2017년 1월 세계적인 경제저널 AER에 실린 카트리나 크놀 교수 등의 논문 "No Price Like Home: Global House Prices, 1870-2012"는 세계 주요 선진국 부동산시장의 실질가격이 우상향 흐름을 보였으며 특히 1970년대를 전후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주택가격이 상승한 이유로 바로 '철도 총연장'의 감소를 꼽았다. 한마디로 말해, 철도연장은 도시 택지공급의 확대 효과를 지니는데 이게 중단되거나 감소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지속적으로 지하철과 고속철도망이 확충됐고 이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철도망의 확충 속도가 느려졌다. 신분당선과 9호선 그리고 SRT 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철도망의 건설이 눈에 띄지 않는다. GTX 등 새로운 철도망의 확충이 이뤄진다면 현재 소외된 2기 신도시도 다시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의 집값이 해외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는지. 거품논란에 대한 평가는.

▲다른 나라와 절대 집값을 비교하는 것은 덧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결국, 다이아몬드의 가격처럼 '희소성'의 원칙. 더 나아가 세계적인 부호들의 수요가 좌우한다.

그런 면에서 결국 한국 부동산을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지 싼지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대안은 '버블지수'가 될 텐데 실질주택가격의 변화와 실질소득의 증가율을 비교하는 것이다. 실질소득보다 실질주택가격이 더 많이 오른 나라는 아무래도 거품이 낀 것으로 볼 수 있고, 반대로 실질소득보다 실질주택가격이 덜 오른 나라는 거품이 덜 끼었거나 아예 없다고 볼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세계 주요국의 주택버블지수를 보여주는데 한국이 그렇게 심각한 버블이 낀 나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 과거 우리나라에서 주거복지 혹은 집을 장만하기 가장 좋은 시기가 언제라고 생각하는지. 당시 비결(원인)과 현재에서 그때로 돌아갈 방법은 있다고 보는지.

▲지난 2~3년이 주택 마련하기 가장 좋은 시기였다고 본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발표하는 주택구입부담지수를 보면 2000년대 후반에는 서울 주택구입부담지수가 180까지 상승했는데 지금은 100대에 불과하다. 물론, 지방으로 내려가면 이 부담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주택구입부담지수가 하락하려면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이자가 떨어지면 된다. 한 가지 더하면 실질소득이 증가하면 된다. 이 중에서 앞의 두 가지는 힘들 테니 마지막 소득 증가만이 희망이라 할 수 있다.

-- 국내 소득계층별로 보면 저소득층의 자가점유율은 올라가지 않고 주거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대변되는 소득주도성장과 4차 산업혁명이 주거 양극화의 간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지.

▲우리나라 대기업/중소기업 문제, 혹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기존의 대공장/대기업/정규직 시스템을 파괴하는 순간 대신 생산성 향상 속도의 저하라는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경제의 수출주도 성장, 특히 대기업 주도의 혁신 흐름이 지속되는 한 양극화 문제는 어쩌면 필요악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일거에 타개할 묘책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가 재분배정책 등을 통해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경기의 부진이 심화한다 싶을 때 재정지출 확대정책을 펼쳐 저소득층의 빈곤 심화 문제를 완화해주는 정도가 해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 주택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생각은. 반대로 인구가 줄어드는 시기가 오면 집값이 붕괴할 수 있나.

▲2005년 인구추계에서는 인구 감소 시기를 2018년으로 예측했지만, 2016년 인구추계에서는 그 시기가 2031년으로 지연됐다. 기대수명이 연장되고 외국인 이주 인구가 급증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감소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1인 가구의 증가가 가져올 주택에 대한 장기적 수요 증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올바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의 주택착공 감소 흐름은 이후 주택공급의 만성적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서울에 입주물량이 많다고 지적하지만,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 가구수 대비로는 전국 평균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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