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정부가 15일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은 '재난' 수준에 다다른 청년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재정 투입과 세제ㆍ금융 지원 등을 총망라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실질소득 1천만 원을 지원해 사실상 고용과 재정 직접 지원을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소득세를 5년간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 등이 눈에 띈다.

정부는 특히 이러한 특단의 대책 추진에 드는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수단 '할아버지'라도 써서 해결할 수 있다면 청년실업을 해결하고 싶다"며 가용한 모든 수단이 동원될 수 있음을 예고한 바 있다.

정부가 자칫 '예산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음에도 재정과 세제ㆍ금융 지원 등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활용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청년 실업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청년 고용 부진이 심화하면서 전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의 격차는 2배 이상 벌어져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1990년대 3.4%포인트(p)였던 전체 실업률과 청년 실업률 간 격차는 지난해 6.1%p로 확대됐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20%를 지속해 웃돌고 있다.

산업적, 사회 구조적으로 이러한 고착화 현상은 해소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기술혁신과 자동화 등으로 청년들이 선호하는 사무직과 생산직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고,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고용창출력도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신규채용을 줄여나가고 있고, 상대적으로 빈자리가 많은 중소기업에 대한 취업 기피 현상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1979~1992년에 태어난 에코 세대 가운데 20대 후반에 들어선 약 39만 명의 2차 에코 세대의 구직활동이 본격화하면 청년 실업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직 경쟁이 더욱 격화하면 향후 3∼4년간 에코 세대의 실업 증가로 청년 실업률은 현재의 9.8% 수준에서 12% 수준으로 훌쩍 올라설 수 있다고 예상한다.

특히 20대 후반 인구 증가가 집중된 올해와 내년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인구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궁극적으로 국가 성장능력을 떨어뜨리는 악영향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이대로 방치하면 재앙 수준이 될 것이다"며 "앞으로 3∼4년 에코 세대 유입 기간까지 인구적 대응을 하기 쉽지 않다. 과도하게 보이더라도 집중 투자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이 3∼4년짜리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시적 대책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추경을 편성하면서까지 재원을 마련해 '혈세'를 퍼붓는 식의 대책을 추진하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재정을 투입, 지원해 청년들의 취업을 유도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고용지표만 좋게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며 "향후 기업들의 일자리 수요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에코 세대 이후 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며 "현 정부 임기 안에 대책을 보완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보는 "직접 돈을 주기보다는 직업 경험을 쌓아 경력 개발의 기회를 주려는 정책으로 봐 달라"며 "청년이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어려워하는 부분을 맞추려 노력했고 지원하는 수준이 과거와는 달리 파격적이어서 특단의 대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추진으로 2021년까지 18만∼22만 명의 추가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럴 경우 2021년까지 청년 실업률은 8%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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