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근로시간 단축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근무시간을 늘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는 증시 거래시간을 먼저 단축하자는 요구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4개월여 만에 주식시장 거래시간 변경 국민청원이 또다시 등장했다. 청원의 골자는 오후 3시 30분으로 늦춰진 증시 폐장시간을 3시로 환원하자는 것이다.

증시 거래시간을 종전대로 변경하자는 국민청원은 게시판이 도입된 지난해 5월 이후 벌써 네 번째 등장했다. 이번 청원은 이날까지 진행되는데 현재까지 1천400명가량의 동의를 얻어냈다.

지난 2016년 8월부터 증시 마감 시간은 오후 3시에서 30분 더 늦춰졌다. 주식 거래시간을 늘려 거래량도 증가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은 18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거래시간 환원 움직임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업계에서는 거래시간이 늘어나며 증권사 백오피스의 근무시간만 늘어났다고 거듭 지적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은 거래시간을 늘려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금투업계 종사자들의 근무시간이 늘어난 이슈에 대해서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간 거래대금이 부족했던 것은 증시 방향성 부재, 거래 회전율 하락, 개인투자자가 소외되는 구조적 문제 등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시간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A 증권사 관계자는 "6시간이 짧아 거래를 못 하는 개인투자자는 이전에도 없었고, 수수료 부담 등으로 기관들이 잦은 매매를 하기 힘들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시 박스권 흐름이 지속되면 자연히 단기 투자 수요나 포트폴리오 조정 수요 등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헤지거래 수요도 덩달아 감소하기 마련"이라며 "거래시간이 아닌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 증권사 관계자는 "개미(개인투자자)가 직접 주식 투자를 통해 열악한 성과를 낼수록 증시 거래대금은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최근 몇 달간은 코스닥 지수가 오르고 ETF 등의 대체투자 수단이 발달하며 개인의 직접투자 수요를 흡수했고 증시 활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C 증권사 관계자도 "개인은 저가 소형주, 고변동성주 위주로 투자하고 기관은 고가 대형주에 집중하는 투자 행태에 변화를 주는 것이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거래를 활성화하는 해결책"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나 금융투자 상품 다양화 등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